三低가 의미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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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3월 13일 한국경제신문 일요수상 


 

요즈음 달라 가치의 하락, 석유가의 하락, 국제금리의 하락이라는 "三低" 현상이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있는데, 필자에게는 三低라는 현상이 두 가지 느낌을 준다. 우리 격언에 "事必歸正" 이라는 말이 있는데 경제현상도 시장의 機能이 살아 있는 한 어쩔 수 없이 正常으로 돌아오고 만다는 것이 첫째의 느낌이고, 어쩌면 우리경제는 또 한번 때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것이 둘째의 느낌이다. 이것은 三低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한 나의 所感이기도 하다.

먼저 三低의 현상은, 수요-공급의 實勢에 어긋나는 가격은 오래갈 수 없다는 시장의 "法則"을 想起케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OPEC은 1973년에 카텔을 통하여, 한꺼번에 기름 값을 4배나 올렸고, 1978년에 다시 약 2배를 더 올렸다. 시장 실세를 무시한 이 "人爲的"인 유가인상이 과연 무엇을 가져왔나? 세계경제는 전반적 불황으로 기울어졌고, 많은 開途國들은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되었다. 그러나 因果應報의 과정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다. 세계적 불황 자체가 석유에 대한 수요를 감축했을 뿐만 아니라, 원자력을 비롯한 대체 에너지의 개발, 에너지 절약을 위한 기술과 투자의 증가와 같은 반작용이 일어나서 석유수요의 감퇴를 더욱 촉진하였다. 한편 공급 면에서는 油價 급등에 자극되어 유전의 발견과 개발이 촉진되어 원유의 공급능력은 크게 증가하였다.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지는 것이 시장의 법칙이다. OPEC은 가격하락을 막기 위하여 수차례에 걸쳐 새로운 談合을 시도하였지만, 그 구성원들의 利害를 통제할 길이 없고, 유전의 신규개발로 OPEC의 공급량보다 非 OPEC의 자유 공급량이 더 많아진 지금에 있어서는 가격談合을 유지할래야 할 수가 없어 드디어 유가는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말했듯이 정치적 가격 결정에 대한 "市場의 報復" 이라고나 할까...

달라價値 하락도 우연한 일은 아니다. 원리적으로 말 한다면, 한나라의 경상수지 적자가 累積되면, 국제 外換시장에서 그나라 돈의 공급이 늘어 그 대외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는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의 누증에도 불구하고 달라가치가 떨어지기는 커녕 거꾸로 상승을 게속하는 變態를 보여왔다. 그 이유인즉, 무역면의 적자로 흘러 나가는 돈을 자본거래면에서 高金利의 증권을 주고 다시 사 들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의 누증때문에 불가피한 일이었다. 이러한일은 결코 건전한 事態가 아니었지만 일부 미국 정책가 들은 달라가치의 상승을 마치 미국 경제력의 象徵 인양 자랑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부실기업이 증권시장에서 자기회사의 株價 하락을 막기 위하여 自己株를 사들이는 경우를 聯想케 한다. 實勢에 어긋나는 달라가치는 永續될수 없는 것이어서 작년 9월의 G-5의 市場介入을 契機로 하여 마침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떨어지게 한것은 시장개입 자체라기 보다는 떨어질수 밖에 없게한 實勢的인 배경이 있었다는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나의 두번째의 느낌은 三低와 때를 같이하여 여기저기서 읽고 들은 것에서 오는 것이다. 년초 스위스 Davos에서 있었던 "세계경제에 관한 심포지엄" 에서는 선진국경제가 hardware 경제에서 software 경제로 이행하고 있다는 命題가 나의 관심을 이끌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컨대 선진국에서는 제철, 조선, 자동차등의 중화학공업은 점차 국제경쟁력을 잃어가고, 신흥공업국가들이 그러한 분야를 떠맡게 되는 반면, 선진국은 부피가 적고 정보와 두뇌에 의존하는 첨단기술 산업으로 移行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論者는 지금 전세계에서 거래되고 있는 전자 chip을 다 모아 보았자 보잉 747 비행기 7대에 실을 物量 밖에 되지 않는다 하여 앞으로 情報産業시대에는 運送물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이야기는 좀 달라지지만 1983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제 1위를 차지한 "Megatrend"라는 책에 의하면, 1970년대에 미국에서 약 2000만의 일자리가 늘어났는데, 그중에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제조업 분야에서의 雇傭創出은 전체의 5%에 불과하고, 약 90%는 정보산업, 知識산업, 컴퓨터, 전자 등에 관련된 신흥산업에서 창출되었으며, 특기할 일은 전체의 80%의 고용이 年齡 4세 미만의 신흥기업들에 의하여 창출되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경제로의 산업구조변화가 현실임을 일러주는 이야기이다.

또 하나의 이야기로 나의 사무실을 찾아온 대만의 경제인과 이스라엘 대사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귀국이 개발에 力點을 두고 있는 산업이 어떤 산업이냐고 물었더니 두 손님은 약속이나 한듯이 전자산업과 生命工學분야라고 답변하였다. 인구가 2천만 밖에 되지 않는 대만에서는 국내시장의 제약으로 중화학공업은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대만 손님은 그렇다고 수긍하면서 이미 건립한 대형 조선소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해 있음을 설명하였다. 이러고 보니 天下大勢는 하드웨어 經濟에서 소프트웨어經濟 시대로 옮겨가고 있는것 같은데 그러면 앞으로 철강과, 선박과, 발전기와 자동차등의 하드웨어는 누가 만들 것인가? 물론 신흥공업국이라고 말할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 산업마저도 컬러 텔레비전과 철강과 마찬가지로 결국에는 "닉스"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보는 일본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신흥공업국들 중에서 누가 하드웨어産業을 떠맡게 될 것인가? 홍콩? 싱가폴? 대만? 브라질? 멕시코? 물론 그들도 어느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둘러 보아도 한국만큼 조건을 구비한 나라는 없는것 같다. 우리에게는 충분치는 않지만 어느정도 국내시장의 기반이 있고, 그동안 쌓아올린 施設이 있고, 우리의 주변에는 광대한 시장이 있으며, 우리가 겪은 쓰라리고 귀중한 경험도 있다. 우리가 만약 旣存施設에 새로 개발되는 소프트웨어를 붙이고, 기술과 마케팅을 더욱 보완해 나아간다면, 이 기회에 하드웨어 산업의 비교우위를 確固不動하게 굳힐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三低시대를 맞이하여 특히 노려야 할 점은 이런 곳에 있는가 싶다. 물론 신흥 첨단기술산업의 개발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기존 시설을 보다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기술 중에서도 장기적으로 비교우위가 확실히 내다보이는 분야를 선정하여 한정된 자원과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것이 三低를 보는 우리의 한가닥 所感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