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적자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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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월  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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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기조의 재현

우리 경제의 최대 약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구조적인 국제수지 적자라고 말하고 싶다. 요즈음 수입 사치품의 범람과 관광바람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만약 국제수지가 흑자라면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제수지의 동향을 보면 1986-89년에 모처럼 이룩했던 흑자 현상은 불과 4년으로 끝났고, 1990년이래 적자 기조를 보여 오다가 작년에는 88억불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였고 금년에도 4월말까지 이미 65억불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GNP의 2-3%에 적자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할지 모르나 미국의 경우에도 적자 규모가 GNP의 2-3%에 불과하지만 그 때문에 미국 경제가 1970년대 후반부터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 오고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국제수지적자의 배후에 가려진 문제점들은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국제 경쟁력 후퇴

먼저 수입개방이 생산재는 물론 소비재의 수입을 유발하리라는 것은 사전에 예측했던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기적인 현상이고 길게 보면 수입개방은 국내상업의 경쟁을 촉진하고 산업 전반의 능률을 개선하여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장기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시설의 확충, 과학기술의 개발, 중소기업형 산업의 재편, 노사관계의 안정, 금융산업의 자율화, 교육의 개혁 등등 실로 경제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식자들의 일치된 중론이었고, 정부 또한 국제화, 세계화. 자율화, 정보화, 새한국 창조 등등 다양한 구호를 내세워 가며 위에 열거한 개혁 과제들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처럼 보여 왔다. 그러나 지금의 시점에서 그 성과가 어느 정도이고 해결의 전망이 어떠한지는 확실치 않다. 예컨대 교통난은 날로 심해져 가고 있고, 많은 중소기업들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체념과 실의에 빠져 있다. 임금은 해마다 두자리 수의 상승률이 계속되고 있고, 고비용 저 능률이 우리경제의 체질이 되어 버렸다. 실효성 있는 과학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그토록 강조되어 왔지만 실효성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그래서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향상되기보다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면 바로 그것이 국제수지 악화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에 관련하여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와 세계경제포럼은 우리의 국제경쟁력을 각각 세계 27위와 20위로 평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세계 13위의 수출국이 20위 이하의 경쟁력을 갔었다면 수출의 앞날을 낙관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적자의 직접적 요인

우리의 종합적 국제경쟁력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여러가지 직접적인 적자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이른바 과소비가 문제인데 국민들의 향상된 소비수준과 외제 선호가 수입개방을 계기로 하여 직접 간접으로 과다한 수입 수요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동안 부동산투기로 일확천금한 졸부들이 정신없이 돈을 쓰는 풍조도 이에 가세해 왔다. 그렇다고 정부가 수입 규제로 선회할 수도 없는 일이니 부유층들의 자제를 호소하고 재정-금융을 긴축기조로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국제수지 방어를 위하여 경제 성장률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정책도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로 우리의 주종 수출 상품의 하나인 반도체의 국제가격의 폭락이 국제수지 악화의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작년만 해도 16메가 드램의 국제가격이 46-52달라 이든 것이 최근에는 16-18달라 까지 하락하였다 한다. 물량 면에서는 아직도 伸長勢를 보이고 있지만 판매 수입은 약 100억불이나 감소할 전망이라고 한다. 이러한 가격 폭락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추세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그 동안 세계 수요 증가에 힘입어 대호황을 맛본 셈이지만, 이 산업의 약점은 메모리 소자 분야에 편중되어 있고, 기술적 제약으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관련 기계나 그를 사용하는 제품생산으로 파급되는 효과가 미약하다는 것이 외국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진국들은 한 주기가 끝난 기술만을 우리에게 팔고 정작 우리가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은 넘겨주지 않기 때문에 Asian Nies는 이러한 기술적 함정(technological trap)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모 회사 회장의 말에 의하면 반도체의 경우 선진국이 기술이전을 꺼렸지만, 해외의 한국인 또는 외국인 과학자와 기술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연구, 개발에 종사케 한 결과 크게 성공하여 선진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한다. 이것은 확실히 선진국의 기술적 보호장벽을 우회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이외에도 석유화학, 섬유 직물, 자동차 등 우리의 수출 주종 상품들이 일본의 통화가치 상승의 종식과 함께 국제 경쟁에서 고전이 예상된다.

셋째로 중소기업들이 재래 경공업 생산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제조업을 떠나는 현상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지금 중소기업의 부도율과 폐업 율이 사상 최고인데 당국자의 말에 의하면 폐업 율이 높지만 개업 율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개방화의 충격으로 구조조정을 위한 신진대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허기야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업율 중에는 제조업을 버리고 서비스 업종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말도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환경 악화에 낙망하여 사업을 청산하고 안락한 여생을 보내려는 중견 기업인들도 종종 눈에 띤다. 중소기업이 수출 전선을 지켜야 할 시기인데 반대로 제조업이나 수출산업을 외면한다면 이것 또한 국제수지 악화의 원인이 될 것이다.

넷째로 환율이 또한 국제수지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동해 왔다. 이것 또한 개방화에 따른 문제인데, 정부가 외환 거래를 점차로 자유화하자 국내 고금리를 노리는 외국 단기자본이 대거 유입하기 시작하였다. 작년만 해도 외국인 증권투자(89억불)를 포함해서 145억불의 외국 단기자본이 유입되었고 그로 인하여 환율(달러의 원화가격)은 년간 1.8%가 하락하였는데, 금년에도 지금까지 1.5%가 하락하였다. (자료: 한국은행) 환율이 떨어지면 국내 기업의 외채상환 부담이 경감되는 면이 있으나 수출은 불리하고 수입이 유리해 진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국제수지가 흑자일 때에는 원貨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당연하나 우리의 경우에는 만성적 적자에 불구하고 단기자본 유입 때문에 원화 가치가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 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정부는 단기자본 도입에 따른 환율 왜곡 현상을 완화하고 통화증발 효과를 상쇄하기 위하여, 해외 송금과 외국 여행을 대폭 자유화하여 유입된 외화를 다시 밖으로 내보내는 정책을 쓰고 있는데, 이것은 결국 금리 차를 챙기는 외자를 비생산적 해외 송금이나 외국 관광에 써 버려야 한다는 모순을 지니고 있다. 국제수지가 흑자인 상태에서 그러한 자유화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외국 단기자본이 유입하는 것은 결국 국내 고금리 때문인데 고금리는 오랫동안 우리 나라 경제의 난점으로 지적되어 오다가, 이제는 환율을 왜곡하여 국제수지 균형을 어렵게 만든다는 2중의 비난을 받게 되었다. 국내 금리가 국제수준에 접근하려면 먼저 국내 금융시장이 자유화되어야 하고 국내 저축성향이 높아져서 예금이 늘어나야 하겠는데 여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외국 자본이 대량 유입하고 대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을 자유화하면 국내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통화가 증발되고 대외부채가 증가한다는 문제가 따르게 된다. 세계화 시대에는 국가단위의 대외부채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극단론도 있으나 그것은 국경이나 국가의 개념이 완전히 사라진 먼 장래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대외부채의 이자 부담은 고사하고 국가단위의 경제 운영에 여러 가지 제약이 가해진다는 것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국제수지가 적자이면 어차피 외국 차입으로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기자본 유입을 반겨야 할 이유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구제수지적자가 갑자기 급증하거나 장기화하면 그 나라 화폐가치 내지 경제 운영에 대한 신인도가 흔들리고 어떤 해프닝(안보위기, 정변과 같은)을 계기로 하여 외국 단기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1994년 말 멕시코에서 발생한 외환 위기가 그 예인데 지금 브라질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단기자본의 부동성(Volatility)이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그 관리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우려야 한다. 어쨌든 이제부터는 환율과 금리는 연계적으로 운용해야 하고 경제의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각종 정책 변수 사이의 조화를 도모하는 일이 개방화시대의 거시정책 운영의 주요 과제가 된다. 1)

끝으로 가장 중요하고 오래된 문제는 우리 산업구조의 수입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만성적 국제수지 적자 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수출. 투자의 대일 수입 유발이 문제인데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장기적으로는(1975-90년간) 대일 수입유발계수(輸入誘發係數)가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도 컴퓨터, 사무 기기, 가전 및 통신 장비, 정밀 기기, 전자기기 부분품, 자동차, 산업용 기계와 같은 중화학공업 핵심 부문의 수입유발계수가 가장 높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편 한은(韓銀) 자료에 의하면 1990년의 우리 나라 산업구조는 대체로 1970년대의 일본 산업구조와 비슷하다. 1990년의 우리 나라의 제조업 비중은 49.5%인데 이것은 1970년의 일본의 49.6%와 거의 같고 서비스산업도 한국의 32.5% (1990년)와 일본의 33.7% (1970년)는 거의 같다. 한국 경제는 일본에 비하여 아직도 20년이 뒤떨어져 있다고 할까...

이상에서 국제수지 악화에 관련된 요인들을 살펴보았는데 앞으로 국제수지를 생각할 때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남북 관계이다. 남북통일이 언제 실현될지 예측할 수 없지만 남북통일이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수반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참고로 서독은 오랫동안 국제수지 흑자를 쌓아 오다가 1990년에 통일이 되면서 부터 일시에 적자국으로 반전하였다. 2)

그러나 막대한 흑자를 쌓아 두었기에 큰 곤란은 겪지 않았다. 우리는 국제수지 흑자는 고사하고 만성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터이니 통일에 대비하는 기본적 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고 할 것이다. 통일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경제원조 비용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미 우리가 북한 및 국제사회에 약속한 40억불 이상의 원전 건설비용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제수지 강화가 통일의 기본 조건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중소기업의 부활

이미 서두에서 말했듯이 국제수지 개선에는 경제 전반의 경쟁력 강화가 불가결한데 그를 위한 정책방향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으므로 여기에서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필자는 국제수지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경제의 활로를 개척함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새로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먼저 중소기업을 새로운 비교우위 산업 분야로 재편한다는 것은 우리의 산업구조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우리가 앞으로 더욱 역점을 두어야 할 공업은 대별하여 두 가지 분야가 아닌가 한다. 첫째는 중화학공업 혹은 중장물(重長物) 제품 분야이고, 둘째는 소재와 부품 분야이다. 자동차, 철강, 트럭, 건설 장비, 발전기, 선박과 같은 중장물에 대한 수요는 중국 및 기타 후진 지역의 개발이 진행될수록 계속 증가할 것인데 선진국은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으므로 우리가 끈임 없이 품질을 개량해 나간다면 시장 확보에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 분야는 물론 대기업의 몫이다. 소재와 부품에 관하여는 첨단산업일수록 부품의 종류가 많고 모델과 스펙의 변화가 심하므로 경영의 신축성이 높은 중소기업의 소량 다품종 생산체제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중소기업을 기술 집약적 소재와 부품을 생산으로 유도하여 국내는 물론 외국의 첨단산업에 공급할 수 있는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 오늘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 중에는 이미 앞을 내다보고 이 분야에 진출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편 대만의 중소기업들이 미국 NASA에 정밀 부품을 공급하고 있고, 각종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전자제품, 사무 기기, 완구, 운동 기구 등의 경공업 분야에서 Asian Nies를 리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특히 대만에는 중소기업이 기술 애로에 부디 치면 그것을 바로 기술연구소(20개이상이 있다.)에 신고하고 신고를 받은 연구소는 가능한 한 반드시 그것을 해결해 주는 밀접한 산학협동체제가 확립되어 있다.

필자는 중소기업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상상해 본다. 얼른 덴마크가 생각나는데, 덴마크는 전형적 농업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NATO에 공급되는 군용 항공기(F16)부품의 큰 부분(약 40%라 한다.)을 이 나라 농촌에 깔린 중소기업들이 생산한다고 한다. 덴마크의 중소기업은 소수 특화 업종에서 최고급품을 만드는 전략으로 크게 성공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또 한가지 생각나는 일이 있다. 지난 3월 26일 미국의 David Packard가 83세를 일기로 작고하였는데 그가 동업자 Bill Hewlett와, 스탠포드 대학이 위치하는 Palo Alto시의 조그마한 차고에서 전자제품 개발에 착수한 것이 오늘의 유명한 Hewlett-Packard 회사의 시발이요 또 유명한 Silicon Valley(전자공업단지)의 요람이기도 했다. HP의 성공담은 중소기업에게 몇 가지 중요한 시사를 준다. 첫째로 두 사람은 이회사의 이름을 결정할 때 H가 먼저냐, P가 먼저냐를 동전을 던져서 결정한 후 오늘까지 동업자의 약속과 신의를 지켜 왔다. 둘째로 HP는 소량 다품종 체제로 첨단기술 제품을 만들어 오늘의 성공을 가져왔고 미국 중소기업들에게 활로를 제시했다. 셋째로 스탠포드 대학의 Fred Terman 교수와 손잡고 Stanford Business Park에 제일 먼저 입주한 후 다른 중소기업들을 유치함으로써 Silicon Valley를 건설하는 데에 지도적 역할을 했고 산학협동의 모범을 보여 주었다. 끝으로 그는 감원 해고를 한 일이 없고 종업원지주제를 제일 먼저 실시한 기업주의 한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60억불 이상의 Packard 재단을 만들어 놓고 이 세상을 떠났다.
중소기업들의 창의와 노력, 산학 협동, 그리고 선구자들의 지도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점에 관련하여 우리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문제인데 한마디로 경쟁관계가 아니라 진정한 보완관계로 서로의 위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은 경영자원을 국제적으로 비치하여 외국의 대기업들과 경쟁하면서 부단히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해서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고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경영전략에 호응하여 성실하게 생산과정의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 이러한 공생. 공영관계를 정립하지 못한다면 어느 편도 국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어렵다는 것이 급변하는 세계경제 정세의 경고이다

맺는 말

문제는 많고 할 일도 많다.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라 정책 실천력이 약해서 자명한 과제의 해결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원인은 민주화의 미성숙에서 오는 것 같다. 일례로 집단적 이기주의 때문에 시급한 사회시설의 확충이 발목을 잡히고 있고, 경제 논리를 무시한 노사 분규가 무리한 돗자리 수의 입금 상승률을 고정화시키고 있다. 정치권은 국가의 당면문제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문제를 놓고 당쟁에 여념이 없다. 정부의 능률은 땅에 떨어졌고 가용자원 배분에 있어서 정치적 고려에 밀려 우선 순위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례로 교통난의 완화와 운송시설의 확충이 초미의 급무인데 관념적 만족이나 외관을 위해 수명이 끝나지도 않은 건물을 허는데 에 수천억원의 막대한 세금을 쓴다. 나라의 위상을 위해 아시안게임, 월드컵을 유치하고, ASEM을 위한 컨벤션센터를 건립하고, OECD가입을 서두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내실과 외관사이의 균형이 깨지면 도리어 위상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보다 겸손한 마음으로 힘을 합쳐서 내실을 다져야 할 때가 아니가 한다. 만약 국제수지가 계속 악화하여 또다시 세계에서 주목받는 부채 국으로 전락한다면 우리의 위상은 어떻게 되고 국민생활과 조국통일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요즈음 수출이나 저축을 들먹이면 구세대의 잠꼬대로 들릴지는 모르나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끝


 1)자료: 한은정보 1996년 3월 호

2)통일 직후 서독의 국제경상수지의 추이는 아래와 같다. 1989년 +1,080억DM; 1990년 +761억 DM, 1991년 -329억DM; 1992년 -391억DM. 독일의 재정적자도 1989년의 540억 DM에서 1990년에는 1,240억DM, 1991년에는 1,340억DM으로 격증 하엿다. 출처: Deutsche Bundesbank, Monthly Report 각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