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化시대의 경제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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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폭탄주에 골은 사람은 폭탄주를 마시지 않는 사람 이상으로 폭탄주의 해악을 더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같은 이치로 필자는 과거에 이 나라 경제운영의 낡은 관행을 만들고 지켜 온 사람이기에 그 허실을 오히려 더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3化시대 (개방화, 민주화, 정보화)에 직면하여, 경제각면이 이에 적응하기 위하여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경제운영방식은 아직도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 때문에 경제운영이 정체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결자해지, 結者解之]의 심정으로, 현세대는 구세대들이 만들어 논 관행에서 빨리 탈피하라고 호소하기 위하여 이 글을 쓴다.

1. 3화가 가져온 것.

먼저 3화가 가져온 주요변화를 간략히 요약해 보자. 첫째로 개방화와 자유화에 따라 정부역할의 축소와 각종 규제의 완화가 경제운영상의 주요과제로 제기 되었다. 둘째로 민주화 내지 지방자치화에 따라 사회각면에서 자율화의 노력이 솟아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반면에 법이 "정서"와 "떼"에 밀려나고 지역적 또는 집단적 이기주의가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셋째로 정보화가 지방행정조직의 재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즉 교통과 통신의 첨단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에 있어서 군청과 도청중 하나가 없어져도 되지 않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필자는 수년 전에 [21세기위원회]의 자문에 응하여 이 문제를 제기한 일이 있다.

2. 경제운영의 제도적 측면

경제운영에는 대별하여 세 가지 측면이 있다. (1) 모든 경제단위의 경제활동의 바탕이 되는 제도와 법령 등의 제도적 장치, (2) 경제운영의 기본적 틀을 제공하는 거시정책, 그리고 (3) 각부처가 벌이는 정부사업이 그것이다.

2.1. 행정조직

정부는 행정의 능률화를 위하여 행정조직을 개편한바 있는데 그 중에서 특기할 만한 일은 종래의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재경원으로 통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통합의 장점으로 기대되는 것은 정부의 세입과 세출기능을 통합 운영하는 동시에 재정과 금융을 연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됨으로서 부총리의 정책조정 기능이 간편해진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반면에 종전에 양부처사이에 있었던 상호 견제기능이 없어짐으로 해서 재정 금융정책이 지나치게 확장의 방향으로 기우러 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개발 년대에는 주로 개발수요의 압력 때문에 우리경제가 통화인플레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일례로 해마다 양곡특별회계의 적자 누적과 함께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금융의 확대가 통화가치 안정을 어렵게 했다.

민주화 시대라 해서 통화인플레의 압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다양한 정치적 압력이 재정운용을 어렵게 할 것이다. 대통령선거 때마다 출마자의 공약사업이 쏟아져 나오게 되고 당선이 되면, 경제적 합리성을 따지지 전에 공약사업의 일부 또는 전부를 시행하려 할 것이다. 정당의 압력이 가중되는 동시에, 지방자치 단체 또한 중앙정부 재원을 얻기 위해 도(道)를 제쳐놓고 직접 재경원으로 몰려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부내 각부처 또한 나라의 가용재원의 한계는 아랑곳없이 재정당국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몇조 단위의 거창한 사업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한다. 예산에 반영되지 못하면 국민을 우롱하는 공수표로 끝나지만 그런 방법으로라도 재정당국에 압력을 가하려 하는 것이다.

재정당국이 이러한 압력을 어떻게 소화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국가경영의 핵심 과제의 하나인데, 재경원이 과연 혼자의 힘만으로 이러한 2중 3중의 압력에 불구하고 초인적 자제력을 발휘하여 재정금융정책의 안정적 테두리를 유지해 나갈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새로운 문제이다. 만약 팽창하는 재정수요의 압력에 굴하여 적자재정에 의지하려 한다면 이 나라의 통화가치 안정은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이것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통치자의 식견과 경륜뿐인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그것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한다. 하기야 인플레를 일으키는 정권은 차기 선거에서 패배할 공산이 큰 만큼 경제운영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을 수 있겠으나, 이것 또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보장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한다.

어쨌든 앞으로의 재정과 금융 운용이 제도적으로 인플레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면 그에 대비하는 다른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예산외 재정수지를 포함한 광의의 재정적자를 엄격히 규제하는 법적 조치를 취하는 한편, 한국은행을 선진국 중앙은행과 같이 그 본래의 위치로 올려놓고 정부 혹은 재경원에 대하여 견제작용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선진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나라에 있어서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개방화, 민주화를 맞이한 지금에 있어서는 일대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재경원으로서도 자신을 견제해 주는 중앙은행을 둠으로 해서 안정적 성장이라는 재경원 본래의 사명을 다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2. 경제법령과 규제

각종 경제법령 또한 제도적 측면의 일부분이다. 그 동안 개방화에 따라 경제규제완화가 정부 주요시책의 하나라고 선전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정부의 규제가 많고 사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내외의 여론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풀어서 안될 규제를 푸는 사례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시장경제에 대한 깊은 통찰과 경제운영에 관한 확고한 이념이 서 있지 않기 때문에 무엇을 규제하고 안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모르고 공무원들의 단편적 판단과 타성에 좌우되고 있는 것 같다. 이 문제를 해결하자면 먼저 식자들과 재계의 철저한 토의를 거쳐 일반적인 기준을 세운 다음 그 기준에 따라 경제법령 전체를 재검토하고 개폐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

3. 통치구조와 거시정책

우리 나라의 거시정책 운영은 통치구조에서 오는 고유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대통령은 경제 전문가가 아니므로 정책 변수간의 상호연관을 이해하지 못한 채 여론에는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물가 상승이 매스컴에 부각되면 되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이나 관계장관을 불러 물가를 안정시키라고 지시한다. 업계에서 불황과 자금난을 호소하면 지원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다. 매스컴에서 국제수지 적자가 크게 거론되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하는 광경이 텔레비전에 비치게 된다. 대통령은 전반적 경제운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한 채, 따라서 그의 지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모르는 채, 다만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이기 위해 그 광경을 보도케 한다. 이왕 지시를 할 바에는 상황설명을 들은 다음, 각 부처의 상반된 이해관계 때문에 꼬이고 꼬여 있는 문제의 실마리를 풀거나 끊어주던가, 아니면 경제 부총리의 종합적인 판단과 조정기능을 밀어 주던가 했으면 좋겠는데 필자가 본 바로는 역대 대통령 중 박정희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총론적 훈시에 그치고 만다. 뿐만 아니라 경제운영에 대한 여론이 계속 악화하면 대통령은 국면전환을 위해 개각을 단행한다. 그래서 지난 불과 3년9개월 동안 부총리가 여섯 번이나 바뀌었고 경제장관들도 빈번히 교체되었는데 이러고 보니 경제각료 팀은 무엇인가 일관적으로 시도해 볼 겨를도 없고 행정은 항상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국제적으로도 외국과의 회담이 열릴 때마다 한국 측 대표의 얼굴이 바뀌니 그러한 무게 없는 대표들과 협의하는 것에 회의를 느낄 것이다.

한편 관료의 세계에서는 문제가 있고 대통령의 지시가 있으면 무엇인가 해야지 안 할 도리는 없다. 특히 새로이 임명된 장관들은 무엇인가 새로운 처방을 내놓아야 하는 강박감에 사로잡힌다. 결국 그들은 궁리한 끝에 무엇인가를 "강화"하고 "척결"하고 "불허"하고 "동결"한다는 식의 강성 어법을 구사하는 단편적 대증요법(對症療法)을 내놓게 된다.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의 인상을 일체 불허한다. 경기진작을 위해 특별자금을 방출한다. 수출증대를 위해 선수금을 늘린다-는 등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대증요법을 쓰면 경제운영의 기본 틀이 뒤틀어지고 거기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예컨대 비현실적 공공요금이 장기화하면 택시 잡기가 어려워지고, 의료서비스가 개선되지 않고, 지하철의 확장이 늦어진다. 그러다가 누적된 인상요인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어느 날 대통령의 결단을 얻어 요금현실화가 단행되고, 그로 인하여 물가에 집중적 충격을 주게 된다. 한편 그러는 동안 통화량은 억제목표를 초과하고 통화당국은 새삼 긴축을 들고 나오게 된다.

결국 가격통제는 물가상승을 일시적으로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한데 그러는 동안 부작용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기업환경은 항상 불확실하며, 경제의 체질은 약화된다. 생각해 보면 인체의 경우 임기응변의 대증요법 보다 몇 가지의 생활 수칙을 지키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 하는데 경제의 경우에도 그 점은 마찬가지다.

지난 30년 동안 이 나라의 특수한 통치구조 밑에서 위와 같은 방식의 경제운영을 계속해 왔고 매스컴이나 국민들도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방식을 계속할 것인가? 우리도 이제는 선진국처럼 정부는 경제운영의 기본적 틀을 지키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가급적 시장기능과 자율에 맡기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이 무슨 일이 있을 때마 국무위원도 아닌 수석 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단편적 정책지시를 하는 모습은 우리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물론 대통령은 국정전반의 최고 책임자인 만큼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에는 과감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시장기능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다시 말하면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정치적, 사회적 장벽을 돌파하는 일에 고도의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면 대증요법 중심의 거시정책운영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선진국에서처럼, 누가 무어라 해도 거시정책의 건전한 틀을 지키려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두는 것이다. 그러면 기본적 틀이란 무엇인가? 국민경제의 운영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모든 문제 해결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기본 조건은 통화가치 즉 물가의 안정이다. 물론 물가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요인들(임금, 에너지가격, 간접세 농사 작황 등을 포함한)이 작용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통화량, 재정수지, 금리, 환율과 같은 화폐적 변수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통치구조에서 오는 교란요인을 최소화하는 길은 통화신용정책의 알려진 준칙을 고수하는 국가기관, 즉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두는 것이다. 독일 연방준비은행이 그 전형(典型)인데 전후 독일의 경제운영이 유달리 건실했던 이면에는 독립성을 자랑하는 연방준비은행의 역할이 있었다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점을 떠나서라도 최근에 와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의 강화가 세계적 조류를 이루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확장적 통화정책과 인플레이션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고 중앙은행이 정부의 압력을 거부할 수 있는 나라일수록 인플레 율이 낮다는 실증 분석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3.1. 경제사업

재경원을 제외한 각부 처의 경제사업도 경제운영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그 입안과 계획수립 그리고 엄정한 사업관리를 통하여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느냐 않느냐 하는 것은 경제 성장과 발전 속도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교통시설, 항만 등의 사회간접시설이 제때에 확충되지 못한 데에서 지금 우리 경제가 크나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 그 일례이다.

요즘은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이기주의" 가 문제시되고 있고 공공사업추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제이다. 아마도 당사자들의 자제를 요구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 한편 외국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사이의 사전 협의가 진행되는 동시에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대한 예산지원을 미끼로 하여 동의를 얻어내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앞으로는 협의와 절충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신규사업은 이점을 감안하여 충분한 조기계획과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가 사업에 착수했으면 사업의 진행을 추적하는 심사분석 제도가 있어야 한다. 3공 시대에는 국무총리실에 심사분석실이 있어서 주요 계획사업의 진도와 문제점을 검증하는 기능이 있었는데 매 분기에 열리는 심사분석회의에는 대통령이 참석하기 때문에 그날이면 각부처가 크게 긴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계획보다 진도가 늦어진 사업에 대하여는 그 이유와 문제점이 보고 되고 보완대책이 건의되었다. 보고 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심사분석회의에서 다시 보고 되기 때문에 소관 부처는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를 통하여 대통령은 정부사업전체의 추진 상황을 파악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심사분석회를 통하여 사업의 진첩 상황을 알게 되어 경제계획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면도 있었다.

3공이후 심사분석 제도가 유명무실화 하였고 지금은 지시나 계획만 있고 그를 추적하는 기능이 없는 셈이다. 총리실에 심사분석기능이 상존 하지만 그 기능은 미약하고,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제 구실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심사분석기능을 구시대의 유물로 경시할지 모르나 민주화시대야 말로 그러한 기능이 더욱 필요한 이유가 있다. 심사분석회의를 개최하면 많은 사업이 위에서 말한 지방정부의 비 협조나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 실태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언론이나 국민들은 중앙정부의 "무능"을 탓하기도 하겠지만 지방정부나 집단이기주의를 비판하게 될 것이고 그를 통하여 문제해결이 촉진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여튼 국정의 책임자가 지시를 하고 그것을 잊어버리는 상태 하에서는 정부사업이 제대로 추진 될 수 없을 것이다.

3.2. 결론

위에서 우리의 경제운영상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생각해 보았는데 여기에서 도출되는 결론은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된다.

(1) 행정 조직 면에서 2중 3중의 정치적, 행정적 압력을 받게 될 재경원은 재정금융정책을 만성적 인플레의 방향으로 몰고 갈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선진국에서처럼 중앙은행의 견제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2) 거시정책운영에 관하여는 정부는 단편적 대증요법 중심의 정책운영에서 탈피하여 안정적 성장에 필요한 거시정책의 틀을 유지하는 데에 주력하고 나머지는 가급적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시정책의 기본은 통화량, 금리, 환율, 재정수지와 같은 화폐적 변수의 체계를 최적화 하는 것인데, 정치적, 행정적으로 독립성을 가지는 중앙은행이 그 기능을 보다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선진국의 일반적 경험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도 한국은행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3) 정부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사이의 협조관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한편 맹목적 집단이기주의를 다스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강구되어야 한다. 한편 정부사업에는 반드시 심사분석 혹은 추적 기능이 따라야 한다. 대통령책임제 하에서 대통령이 지시를 하고 그 뒤를 챙기지 않으면 행정이 공전할 위험이 있다.

(4) 정부의 리더십의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 개방화, 민주화시대에 있어서 정부가 주로 해야 할 일은 국정지표를 설정하고 그를 실현을 가로막는 정치적 사회적 난관을 돌파하는 일이다. 예컨대 노사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환경문제와 같이 사회적 이해가 상충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일이 정부가 할 일이다. 여기에는 인기 없고 어려운 결정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인데 그러한 결정을 회피하지 않고, 국민을 설득하고 이끌고 가는 것이 지도자의 본령이라 할 것이다. 종전에는 장관은 한낮 고위관료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금의 장관은 반대세력과 대화와 절충을 계속하는 동시에 빈번히 국회와 언론과 국민에 대하여 정부 정책을 설득하는 정치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 행정가적 기량과 정치가적 수완을 겸비한 인물이 국정을 담당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정부지도자의 정치적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일상적인 거시정책운영, 특히 통화신용정책을 중앙은행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컨대 한편에 거시정책의 건전한 테두리를 굳건히 지켜 나가는 중앙은행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 경제발전에 부수되는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 나가는 정부의 영도력이 있을 때, 개방화, 민주화를 맞이한 우리경제는 계속해서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