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관계의 오늘과 내일

lkhy1.gif  


  1983년 4월 12일 국책연구소, 일본, 동경


머리말

오늘 국책연구회의 호의로 여러분들 앞에서 '한·일경제관계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제목 하에 필자의 솔직한 의견을 말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최근에 한일 양국간의 정상회담이 양국의 우호·협력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현안 중에 있었던 40억 달러의 자본협력 문제도 원만한 타결을 보게 된 이 시점에서, 한·일경제관계의 어제를 회고하고 오늘의 차원에서 내일을 생각해 보는 일은 뜻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늘과 내일

1965년의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의 경제관계가 얼마나 급속히 확대되어 왔는가는 통계숫자가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다. 1965년 이후 1982년까지의 16년 간 양국간의 상품무역 규모는 불과 2억 달러 수준에서 110억 달러대로 50배 이상이나 신장되었다. 이 기간을 통산하여 보면 한국은 총수출의 23%를 일본에 팔았고, 총수입의 34%를 일본으로부터 사들였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한국의 2대 교역국의 하나이지만, 미국이 한국의 최대의 수출시장이라면 일본은 최대 수입시장이 되어 왔다. 한편 일본은 미국과 함께 한국에 대한 자본, 기술, 투자의 주요 공급원으로서 한국의 경제개발에 크게 공헌하였다. 통계에 의하면 오늘까지 한국이 도입한 외국자본 총액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39억 달러(도착기준)를 일본으로부터 들여왔고 여기에는 13억 달러의 공공차관과 6억 달러의 직접투자가 포함된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금액으로나 건수로나 한국에 대한 투자국 중에서 가장 많고, 한국이 받아들인 외국인 투자액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섬유 및 의류, 전기 및 전자, 기계류 부문에 집중되고 있는데(74.1%) 이것은 한국의 발전 초기의 공업화 요구를 반영하는 동시에 일본의 비교우위와 기업환경(공해 등)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였다. 1981년 말까지 도합 1,287건의 각종 기술이 도입되었고 총도입건수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은 주로 전기, 전자, 금속, 기계, 정유, 화학 등의 분야에 전파되었는데 한국의 신흥기업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하고 영세한 것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이전은 한국 공업화에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후술하는 바와 같이 한·일 무역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한·일경제관계는 남북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즉 양국의 관계는 상호의존적이라고 하기보다는 한국이 거의 일방적으로 일본에 의존하는 관계가 두드러진다. 예컨대 한국은 총수출의 5분의 1과 총수입의 3분의 1을 일본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의 대한 의존도는 수출의 4%, 수입의 2%에 불과하다. 하기야 일본의 최대교역상대인 미국을 제외한다면 한국이 일본의 제4위 이내의 수출시장, 제9위 이내의 수입시장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양국의 상호의존의 격차는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 산업구조의 성숙도를 반영하여 교역상품 구조에도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 일본에 대하여 주로 수산품, 섬유와 의류, 철강제품, 전자제품 등의 일차상품 및 경공업 제품을 수출하는 반면에 기계류, 화학제품, 철강, 금속제품 등의 자본재의 대부분은 일본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한·일경제관계의 남북적인 특징을 집약한 것이 양국간 무역수지의 구조적 불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통계에 의하면 1965년 이후 82년까지 누적된 대일 무역적자는 약240억 달러에 이르고 있고, 이것은 같은 기간 한국의 대외적자 총액의 약 70%에 해당한다.

이러한 대일 적자의 누적과정을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다. 먼저 한국은 60년대 들어서면서 대외지향적 개발전략을 채택하여 외국의 자본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공업화를 추진하는 한편 수출확대에 전력을 경주하였다. 그 결과 급속히 증가하는 외국자본과 수출수입은 주로 자본재의 수입 수요로 나타났다. 이 때 일본은 한국의 수입수요에 영합하는 데 가장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하였다. 당시 공업의 성숙화를 위하여 개발도상국에 대한 중화학 제품의 수출이 매우 중요했던 시기에 생산비, 거리, 언어, 애프터서비스 등에 있어서 쌍방의 선진국들을 능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한국전쟁 시에 이른바 '특수경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일본은 이번에는 한국의 급속한 공업화의 과정에서 팽창하는 수출시장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한국의 대일본 수입은 급격히 늘어났으나 수출은 같은 속도로 늘어날 수 없었다.

그것은 양국의 공업구조 내지 분업체계의 차이상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업구조가 다양하고 산업연관도가 높은 일본에 있어서는 한국의 고도성장과 수요증가가 다각적으로 생산과 수출을 유발할 수 있었지만 제1차 산업과 경공업의 초기단계에 있고 한국에 있어서는 일본의 고도성장이 있더라도 그로부터 유발되는 생산 및 수출증대는 비교적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 점은 일본의 대 한국 수입의존도가 상품별로도 미미하다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가 있다.

예컨대 한일 양국은 60년대와 70년대에 세계에서 유래 없는 고성장을 성취한 나라이지만 그에 수반한 무역관계의 효과에 있어서는 두드러진 차이가 있었다.
이 밖에 한국이 대일 무역역조에 기여한 요인으로 그 동안의 양국간의 경제협력 방식을 지적하는 학자도 있다. 예컨대 일본기업이 한국기업에게 제공하는 공급자 물자차관(Supplier Credit)는 물론 공공차관까지도 대일본 구매를 전제로 하였던 만큼 일본의 자본협력이 한국의 대일본 수입의 증가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점에 관련하여 지난날 일본의 한 정부 당국자는 한국은 일본에 대하여 자본협력을 요구하면서 그 때문에 수입이 늘어나면 이번에는 무역역조의 문제를 들고 나오나 이것은 자기 모순이 아니냐고 물은 일이 있다.
이 질문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가령 65년 이후 일본의 대한국 자본협력을 없는 것으로 가정한다 하더라도 한국의 대일본 적자는 그 5분의 1밖에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그 동안의 누계적자는 240억 달러인데 비하여 대일본 자본도입 누계는 39억달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다음의 기술협력이 대일본 수입편중을 고정화하는 일면을 갖고 있었다. 참고로 기술도입 계약조건을 내용별로 분류해 보면 총 계약 건수의 과반수가 설비, 부품, 원자재의 대일 수입을 의무화하거나 수출지역을 제한하거나 사용원료의 선택을 제한하는 등의 부대조건을 붙이고 있다한다. 물론 이것은 계약당사자들의 상호이익과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지만 어쨌든 종래의 기술협력이 다분히 일본의 시장방어적 성격을 지녔던 것은 사실이다.

끝으로 대일본 무역역조에 관심을 갖는 한국인들은 일본측의 무역장벽을 논하길 좋아한다. 무역장벽은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는 더 높은 무역장벽들이 있건만 대일본 무역역조 문제에 압도되다 보니 일본측의 장벽만 보이는 것 같다. 일본 정부는 개방적 무역체제를 지키기 위하여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고 세계의 관세,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 오고 있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들이 일본에 물건을 팔기가 그렇게도 어렵다고 한다.

한국 무역기관의 보고에 의하면 81년의 경우 대일본 수출액의 28%가 일본의 직접규제 대상이 되고 있고 GSP의 적용에 있어서도 한국에게 정작 중요한 관심품목이 충분한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편이 있다. 무역장벽은 한일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차원의 문제이지만, 여하튼 한국의 대일본 수출확대가 무역불균형을 개선하는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내일을 위하여

이상에서 한·일경제관계의 어제와 오늘을 돌이켜 보았으나 내일을 내다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남북적인 경제관계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후진국이 선진국에 요구하고 의존하는 특징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인 만큼 한·일경제관계의 앞날은 한국이 오늘의 발전과제를 앞에 놓고 일본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요구하느냐 하는 것과 일본의 대외 경제정책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이 직면한 80년대의 경제적 과제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국제수지의 개선이 가장 큰 과제이고 이 과제에 대처함에 있어서는 대내적으로 생산구조 내지 무역구조의 개선이 중요하며 또 이를 위하여 기술 수준의 향상이 매우 시급한 과제로 있다. 그리고 대일본 무역적자가 전체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상, 어떻게 하면 양국간의 무역거래를 위축시킴이 없이 대일본 적자를 축소시킬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국제수지상의 주요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대일본 무역역조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일본 측의 관세, 비관세 장벽의 완화를 바라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존의 한국이 공업구조와 한일간의 분업체계를 전제로 한다면 설사 일본이 한국에 대하여 수입문호를 완전히 개방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한국의 수출증가는 그다지 클 수가 없다. 참고로 최근에 서울에서 발간된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가령 일본이 현행 관세율을 50% 인하하는 동시에 일체의 수입규제를 철폐한다면 최소한 연간 1.2억 달러의 수출 증가와 무역수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간 1.2억 달러의 수지개선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연간 20∼30억달러의 적자규모에 비한다면 큰 숫자라고 할 수는 없다. 예컨대 일본의 무역장벽 완화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갖고서는 구조적인 무역 불균형을 근원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대일본 무역역조, 나아가서 총체적인 국제수지를 개선하는 데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 것은 아무래도 공업구조의 다양화와 성숙화에 있다고 믿어진다. 수출증대의 견지에서 보더라도 종전과 같이 주로 단순노동에 의존하는 경공업 제품 수출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부터는 비교적 자본, 기술 집약적인 중화학 제품 예를 들면 조선, 철강, 전기제품, 기계류의 생산과 수출로 이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 70년대에 이 분야에 투자를 확대한 결과로서 한국 수출의 중심이 점차 중화학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고 대일본 수출에 있어서도 중화학 제품의 비중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술, 품질 시장의 각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너무나 많다.

다음에 수입대체를 통하여 국제수지를 개선한다는 측면에서도 공업의 다양화와 성숙이 시급하다. 왜냐하면 한국 수입의 과반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중화학 제품 등의 자본재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 관련하여 본인은 일본의 수입구조의 변화 패턴을 부러운 눈으로 보아왔다. 일본도 옛날에는 오늘의 한국과 같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자본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일본은 광대한 국내시장의 기반 위에서 공업구조의 고도화, 기술의 성숙, 수입대체, 수출부가가치 증대 등의 여러 요인이 서로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어 오늘의 경제대국을 만들어 냈다. 그러한 과정에서 수입면에 있어서는 제품의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에 원연료의 비중이 급속히 늘어나는 변화를 일으켜 국제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하였다.

한국은 국내시장 규모의 제약 때문에 일본의 수입구조 변화에 반영된 바와 같은 지속적인 공업구조를 지향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고려하에서도 한국이 공업을 다양화하여 산업연관도를 높이고 수입대체와 수출부가가치 증대를 실현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는 신규투자, 중소기업의 능력향상, 기술 및 인력개발 등 대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또 대외적으로는 기술 도입의 촉진이 가장 긴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정부나 기업들이 기회있을 때마다 일본에게 기술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미 일본은 한국에 대하여 최다건수의 기술 협력을 아끼지 않는 나라이지만, 앞으로도 일본의 너그러운 기술 협력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생각컨대 일본의 적극적인 기술협력은 한국의 산업적 성숙을 도울 뿐만 아니라 한일간의 무역불균형을 근원적으로 개선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필자가 들어온 다음과 같은 질문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일본의 기술지원으로 한국공업의 다양화와 성숙화를 촉진하면 국제시장에서 한일간의 경쟁이 심해지고, 일본의 대한국 수출도 줄어들 것이니 상반된 양국의 이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 하는 질문이다. 필자는 아카데미아의 입장에서 이 질문에 답할 생각은 없다. 경제이론이 제아무리 완벽한 논리로서 이른바 부메랑효과(Boomerang effect)를 논한다 하더라도 기업가나 정책가는 이론을 위하여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단적으로 "양국이 분업체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상책이다"라고 외치고 싶다. 생각해 보면 다같이 부존자원이 빈약하여 어차피 공업과 무역으로 살아가야 하는 두 나라가 상호분업을 생각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마치 EC 회원국 사이와 같은 한일 양국이 분업의 공동이익에 눈뜨지 못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분업이라 하더라도 한일간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분업이란 산업 간(Inter - industry)이 아니라 산업 내(Intra - industry)분업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다시 말하면 동 산업 내의 상이한 생산활동을 비교우위에 따라 특화하는 분업을 말한다. 이러한 분업의 유대는 상호경쟁을 적대관계로 이끌지 않고 오히려 상호의존과 생산성 증가로 이끌어 나가 양국 공히 제3국에 대한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분들께서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한국의 공업화 진전에 따라 일본의 대한국 수출 혹은 한국의 대일본 수입의존도가 저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근의 설은 아니다. 이미 한국의 대일본 수입의존도는 1973년의 41%에서 1981년의 24%로 낮아졌고 79년 이후 대일본 수입은 약간의 감소경향을 보이고 있다. 앞에서 필자가 소망한 대로 한국에서 자본재의 수입대체가 추가되면 대일본 수입의존도는 더욱 적어질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한국에는 대일본 적자를 줄이기 위하여 경제성을 무시하고 수입선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한국의 대일본 무역의존도가 높다는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일방적 의존, 다시 말해서 의존도의 극단적인 비대칭성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대칭성을 대일본 수입의 감소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그것은 매우 소극적이고 이를테면 축소균형적 선택이 될 것이다. 그보다는 적극적으로 양국간의 분업을 개발하여 양국의 수출, 수입이 계속 늘어나는 과정에서 저절로 균형화가 조장되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양국에게 보다 유리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예컨대 앞으로 한·일 무역관계가 균형적으로 증대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주로 양국간 분업체제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과연 한일간의 분업이 확대 발전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질문이 제기된다. 그것은 시장의 작용에 의한 자연적 추세와 양국의 기업과 정부의 의식적 노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된다. 과거의 실적을 돌이켜 보면 시장의 역할을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난 20년 사이에 산업 내 분업이 의외로 빨리진행된 분야가 있으니 그 대표적 예로 섬유산업내의 분업화를 들 수가 있다. 그동안의 분업화의 결과로서 지금 일본은 인조섬유, 합성섬유 및 같은 2차 제품을 특화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면사, 견직물 원료, 의류 등을 특화하여 서로 교환할 뿐 아니라 제3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중화학 분야의 분업은 아직 일천하지만 그래도 철강, 전자, 기계제품 등의 분야에서 협업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과거에 섬유산업에 있었던 일이 앞으로 중화학 분야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우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양국의 기업과 정부가 뚜렷한 방향감각을 갖고 이러한 시장추세를 조장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분업화의 진행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과거의 한일간 자본, 투자 및 기술상의 협력의 내용은 양국의 분업화의 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양측이 다같이 미흡했던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앞으로는 과거의 경험을 거울삼아 새로운 시각에서 분업확대를 위한 다면적인 협력이 전개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물론 국제 분업화의 과정에는 선진국인 일본측에 보다 큰 산업조정의 부담과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여 비교적 만족하고 원활하게 필요한 산업조정을 수행하여 타의 모범이 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원컨대 한일간 분업체계의 개발을 위하여 일본측 산업조정의 노력이 계속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맺음말

이제 필자의 얘기를 마감할 시간이 되었다. 이상에서 필자는 앞으로의 한·일 양국의 경제관계에 있어서 기술 협력과 분업화의 노력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필자는 이것을 한국이 당면한 발전과제의 입장에서 말했는데 매우 다행스러운 것은 필자의 의견이나 소망이 일본의 대외경제정책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일본의 대외정책이 수입문호의 개방, 산업조정의 촉진, 기술의 이전 등을 통하여 개발도상국들의 개발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임은 너무나 잘 알려진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양국의 경제협력이 양국의 일치된 방향으로 구체화될 수 있도록 경제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각면에서 그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해소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일 경제관계의 내일은 밝고 보람찬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일관계의 어제가 한국의 일방적인 의존의 시기였다면 내일은 진정한 의미의 상호 의존관계로 접근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일간의 긴밀하고 우의적인 협력관계는 남북 문제에 고민하는 국제사회에 많은 시사와 희망과 용기를 던져 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