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통상관계의 현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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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4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강연  


 1. 머리말

80년대 들어와 한미 양국의 무역관계는 미국경제의 지위 저하 및 우리 경제의 성장과 더불어 커다란 변화를 겪어 왔는데 한마디로 시혜와 수혜의 관계에서 동반자적 또는 대등한 경쟁관계로 발전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미국 경제구조의 변화와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잉태된 대외무역상의 문제에 대하여 시장 메커니즘에 방임하려는 주의에서 내부의 고조되는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국의 통상정책이란 그 나라의 국내 경제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대외적 노력의 투영이라고 하겠다. 알다시피 80년대 들어 미국은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과 낮은 실업률을 이룩하였으나 미증유 규모의 재정 및 무역적자를 안게 되어 미국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보호주의적 통상정책을 강화해 왔다.

한편 우리나라는 양국간 교역에서 82년 이래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하였고 우리산업의 경쟁력은 미국에 피해를 주거나 위협을 줄 정도로 향상되었다. 따라서 미국이 우리를 보는 시각은 미국이 지원한 경제적 성공에 대한 여유있는 칭찬의 자세에서 미국경제에 위협적인 경쟁자를 경계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비교적 단기간 내에 급격히 이루어짐으로써 상대국에 대한 서로의 인식(perception)의 차이를 낳았고 이것은 또 '통상마찰'을 심화시키게 되었다.

한·미무역관계의 배경이라 할 국제 무역환경을 보면 70년대에 대두된 소위 신보호무역주의가 80년대 들어서는 더욱 확산되어 선진국들은 GATT 원칙에 저촉되는 각종 무역규제 조치를 도입하였으며 선발개도국들에 대해서는 GSP 공여 축소 및 철회를 시작으로 소위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주장하면서, GATT상의 개도국 특혜조항으로부터의 졸업을 추구하고 있다.

2. 미국 통상정책의 변화

가. 미국의 경제력과 통상정책

미국의 통상정책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하여 미국 경제력의 변화에 따라 통상정책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1) 건국 - 1934년(보호무역주의시대)

미국산업은 건국 후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낙후되어 한편으로 유치산업 보호를 위한 고관세정책을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 19세기 후반에는 서구열강의 시장쟁탈전에 뛰어들어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구하였다. 이 시기에는 해외시장 확대가 통상정책의 주요목표였다. 미국경제는 남북전쟁 후 비약적인 산업발전에 들어서서 이후 번영을 지속하였지만 국내산업보호정책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제1차대전 종전 후 1920년대에 보수주의적 공화당의 대외정책은 대체로 고립주의로 흘렀고 경제적 번영을 유지한다는 생각에서 자국산업이 국내시장을 독점하도록 관세장벽을 더욱 높였으며 마침내 1930년에 이르러서는 극히 보호주의적인 Smoot-Hawley 관세법 1) 을 제정하게 되었다. 이로써 각국의 무역블록화, 관세 보복전쟁을 유발하여 경제 대공황으로 이끌었다.

2) 1960년대(자유무역주의 추구시대)

1934년에 이르러 미국은 호혜통상협정법(Reciprocal Trade Agreements Act of 1934)을 통해 세계경제의 블록화에 대응, 무역장벽완화를 다시 추구하게 되었는데, 이로부터 제2차 세계대대전 이전까지는 쌍무협정에 의거, 상호 관세인하를 추구하였으므로 쌍무주의에 입각한 자유무역주의를 지향했다고 하겠다. 알다시피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경제는 미국 주도하에 탄생된 GATT - IMF체제와 미국의 압도적인 경제력에 힘입어 다자주의에 의한 자유무역의 신장 속에 번영을 구가하였읍니다. 종전 이후 1960년대까지 미국의 통상정책은 동서의 이데올로기 냉전 속에 서방진영의 결속과 번영을 통한 미국세력권의 유지라는 외교정책 목표의 일부로 다루어졌고 경제적 이익보다는 국제정치나 안전보장 등의 차원에서 고려되었다.

3) 1970년대 이후(신보호무역주의 시대)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서구와 일본의 부흥 결과 미국의 경제적 지위도 상대적으로 약화되었고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미국경제도 커다란 타격을 입은 관계로 미국의 통상정책에도 신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1980년대는 이 보호주의가 더욱 확산되는 경향을 주목해 왔다.

1981년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방력의 강화정책과 소위 레이건 경제정책(Reaganomics)이라고 하는 거시경제정책의 실천으로 미국경제는 경기침체하의 인플레이션에서 점차 벗어나 비교적 높은 성장과 낮은 실업률을 달성하였으나 미증유의 재정적자 및 무역적자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불만을 품어 온 야당주도의 의회는 헌법상 의회의 권한영역인 통상에 관한 입법활동을 강화하였고 미국의회는 행정부 경제정책의 부산물로 생긴 부작용들을 입법으로 제거 내지 완화하려고 시도한 것이다(민주당은 공화당의 소위 '미국의 장래를 담보로 한' 방대한 부채 위의 경제성장정책을 비난해 왔음).

1930년 관세법 제정으로 대공황을 초래한 이후 의회의 통상 문제 관련 활동은 약화되었고 통상관련법의 시행과정에서 행정부는 커다란 재량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70년대부터 의회는 점차 대행정부 견제를 강화하여 행정부의 재량권을 축소시켜 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80년대에 제정된 두 개의 종합무역법 - 84 통상관세법과 88종합무역 및 경쟁력법 - 은 행정부의 정책수행이 미리 마련된 통로를 따라 수행되도록 제어를 기도했다는 점에서 소위 절차상의 보수무역주의(Procedural Protectionism)이며 법률상의 보호무역주의(legal protectionism)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처럼 80년대 들어 통상정책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국회의 입김이 더욱 드세진 가운데 미국의 대외통상정책의 기조는 공정무역과 상호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공정무역이란 시장메커니즘에 방임하는 대신 무역거래에 있어서 페어 플레이가 지켜지지 않을 때에는 정부가 개입한다는 관리무역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겠다. 한편 상호주의는 미국의 통상정책의 역사를 볼 때 이미 오래 전에 도입되었는데, 즉 1778년 브라질과의 통상조약에 나타난 호혜통상원칙 또는 1830년 영국과의 상호조약상의 상호주의원칙 2) 이 그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통상정책은 건국 이후 영국을 필두로 한 유럽 열강의 경제적 우위시대에는 보호무역주의 경향으로 일관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누리던 시기, 소위 PAX AMERICANA의 건재시에는 자유무역주의가 두드러졌다고 하겠다. 그리고 미국경제의 절대적 지위가 흔들리자 다시 보호주의 경향이 일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전통적으로 미국통상정책에 깔려 있던 상호주의는 미국주도하에 창설된 GATT에 이르러 상호주의가 다자간으로 확대됨으로서 최혜국원칙 (Most - Favored - Nation Principle)이 성립되었다. 그리고 GATT에서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에 대해 제공하는 '특별하고 차별적인(special and differential)대우'는 개도국들에 대해서만 상호주의를 예외적으로 유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상호주의에 입각한 '권리와 의무의 균형'이라는 요즈음 선진국의 주장은 주로 중진국들의 시장개방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자국산업에 대해 외국으로부터의 경쟁을 제한하겠다는 보호주의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나. 산업구조와 통상정책

한편 미국의 통상정책은 총량면에서 미국 경제력의 세계적 지위의 부침뿐만 아니라 미국 산업구조의 변화관계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산업구조는 미국경제가 성숙한 산업사회로 발전됨에 따라 서비스 산업이 비대해지는 반면에 제조업은 전반적인 경쟁력 저하와 함께 그 기반이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제조업 중에는 첨단 기술제품 분야의 중요성이 높아가고 있다. 미국의 고민은 이렇듯 경제의 발전과정에서 경제활동의 중심이 정신활동 또는 지식집약적 활동으로 옮아가면서 국제경쟁력 또한 이 부문으로 전이되고 있으나 해외시장이 폐쇄적이고 국제무역상 이 분야에는 확립된 무역규범이 없다는 점이다. 반면에 과거에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던 전통적 제조업 분야에서는 해외로부터의 경쟁이 심화되어 미국은 점차 코너에 몰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일면서 내부로부터 돌파구 마련을 위한 압력이 고조되고 이러한 압력이 통상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하겠다.

그런데 서비스나 첨단 기술산업 분야는 속성상 정신적, 지적활동을 핵심으로 하여 지적소유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미국이 몇 년 전부터 한국에 대해 서비스 시장개방이나 지적소유권 보호압력을 가해오고 현재 진행중인 GATT/UR에서 이 분야에 대한 새로운 국제규범 확립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위에서 말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이 이와 같이 산업구조나 경쟁력 변화에서 오는 국제무역상의 문제에 대처하려는 노력 중에 서비스산업과 관련되는 예는 이미 1970년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요즘 너무도 유명해진 미국의 통상법 조항의 하나로서 외국의 불공정무역관행에 대항하기 위해 마련된 74 통상법 301조는 (a)항 말미에서 'Commerce'의 개념에 국제무역과 관련된 서비스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70년대 국제무역협상에서 서비스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고 80년대에 와서는 이를 적극화하여 82년 GATT 각료회의에서 서비스 연구작업반의 설치를 정식으로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잘 아는 바와 같이 우루과이 라운드라 명명된 GATT 뉴 라운드의 추진과정에서 다수 개도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비스 무역 자유화가 협상제로 채택되었다.

최근 미국의 통상정책은 이제 더 이상 경제적 현실을 무시한 채 새로운 문제에 대해 과거의 방식(기존 상품무역 중심의 GATT)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표출한 것이겠다. 미국·캐나다 자유무역협정을 위시한 양자간 또는 복수국가간(pluralateralism)무역협정 추진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또한 이러한 방식은 다자주의보다 미국의 전통적인 상호주의를 적용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3. 최근의 한·미 통상관계

가. 근년의 회고

1970년대까지는 양국간 통상분규가 섬유, 신발 등 상품분야에서 미국측의 수입규제와 관련된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니까 우리측이 미국에 요청할 사항도 많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이때까지만 해도 규제 발동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하였기 때문에 규제국의 협상력이 상당한 손상을 입는 경향이었다.

그러나 1982년 한국이 대미무역흑자를 기록하자 83년초부터 미국은 우리나라에 광범한 시장 개방(수입 자유화 및 관세 인하)을 요구해 왔다. 그러다가 85년 9월에는 74 통상법 301조를 발동하여 지적 소유권 보호와 보험 시장 개방을 위한 협상을 요구해 왔다. 85년의 미국은 전년 제정된 84년 통상관세법의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선 해이고, 레이건 대통령은 신통상정책이라 하여 미국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일련의 정책목표를 천명한 해이기도 하다. 이 신통상정책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자유무역을 공정무역으로 구현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렇게 '공정무역'을 명분으로 할 경우 규제조치의 책임을 상대국에 전가할 수 있어 규제발동국의 협상력에 손상을 주지 않고 훨씬 효과적인 규제가 가능한 점을 간파할 수 있다. 86년 우리나라의 국제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대미 무역흑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자 미국은 한마디로 우리나라를 불공정 무역국가로 규정하고 모든 산업분야에서 공정무역의 실현을 촉구해 왔다. 즉 상품과 서비스시장의 개방은 물론 지적소유권 보호 그리고 원화절상 등 국내 경제정책에 이르기까지 통상압력을 가중시켜 왔다.

이렇게 수삼 년의 짧은 기간에 파상적인 통상압력이 고조되자 우리는 미국이 한국을 골라(single out) 괴롭힌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다. 물론 미국의 변은 그렇지 않았으나 양국간에 심한 인식의 차이(perception gap)를 노정시켰다. 돌이켜 보건대 우리가 미국을 보는 시각은 과거 미국 모습과의 괴리에 집착되었고, 미국의 한국의 대한 시각은 미래의 한국상에 초점을 두지 않았나 생각되어진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미루어 볼 때 미국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하는 당혹감을 떨칠 수 없었던 반면에, 미국은 눈앞의 한국의 퍼포먼스 속에 읽을 수 있는 미래의 잠재적, 위협적인 경쟁상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겠다. 미국의 대한 시각은 한마디로 한국경제의 다이너미즘(dynamism)과 일본을 떠올리는, 그들로서는 찬성할 수 없는 무역관행에 대한 미국인들의 경계를 담고 있다. 따라서 40년 간의 우호국에 대해 이렇게 크게 벌어진 인식의 차이를 좁히고 대한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이 요청되는 시기를 맞이하였다.

나. 최근의 동향

1) 무역협상

83년 이후 양국의 통상관리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많을 것을 협의했고 지금도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한국이 그 동안 많은 개방조치를 취한 것도 사실이다. 협상대상은 처음에는 공산품을 중심으로 한 상품에서 지적소유권 보호와 서비스 부문으로 그리고 농산물 등 미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모든 산업분야로 확산되어 왔다. 또한 환율은 공식적 협상대상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하나 원화절상 압력을 가중시켜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수많은 협상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무역수지는 우리나라에 유리한 쪽으로 더욱 기울어진 결과, 미국의 공개적인 불만과 압력은 끊이질 않았고 자연히 우리의 대미 감정이 높아진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최근 미국측에서도 상품분야별 소매점식 협상방식이 지나치게 양 국민의 감정을 자극시키고 정치문제화 되는 반면 무역불균형 시정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공치 못하면서 지리한 협상속에 과중한 행정력을 소모시킨다는 폐해를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최근에는 종전의 상품별(product specific)협상방식에서 포괄적인 방식(generic approach)으로의 전환을 제의해 오고 있다. 이러한 제의는 환율과 같은 거시경제정책상의 조정이나 자유무역협정 등을 협상대상으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 이같은 의도는 신종합무역법의 환율관련 조항이라든가 최근의 IMF, OECD, 또는 G7 등의 국제회의에서 중진국의 국제경제 정책 조정협의체에의 참여를 촉구하는 성명들과도 궤도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우리 정부가 이러한 제의를 받아들여 포괄적인 협상에 타결을 본다면 한미간의 무역불균형 시정노력은 보다 빠른 기간 내에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되지만, 그렇다고 상품별 무역분규가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미국의 신무역법은 많은 조항에서 미국 업계가 보다 용이하게 구제조치를 얻을 수 있도록 내용을 개정하였으므로 미국 업계가 법에서 정한 권리를 사용, 적법한 청원을 제출할 경우 미당국은 이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계속 미국 경쟁업계의 동향을 감시하고 대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2) 신종합무역법

지난 8월 레이건 대통령의 서명으로 입법된 신종합무역법은 향후 다년간 한미 양국 통상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방대한 규정의 집대성인 이 종합법의 입법목적은 (1)외국의 불공정 무역행위 규제강화, (2)해외시장 확대 및 (3)미국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법의 기저에 흐르는 논리의 하나는 미국이 무역에 있어 공정하다는 전제하에 상대국의 불공정관행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이 내세우는 공정무역론에서 '공정(Fair)'의 개념은 GATT에도 미국통상법의 조문에도 정의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여러 나라가 관련되는 국제무역에서는 다자간 합의에 의한 국제무역규범이 요청되는 것이나 미국은 일방적으로 불공정행위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교역상대국들은 이러한 일방주의(unilateralism)을 비판하고 있다.

또 하나는 상호주의(reciprocity) 또는 level playing field 원칙으로서, 이에 입각하여 미국의 시장개방 정도와 동등한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으로 다자간 교섭보다는 쌍무간 교섭을 선호함으로써 GATT정신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 비해 협상력에 있어 열세인 우리나라로서는 통상 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주의를 주장해 왔으나 미국의 쌍무주의로의 선회는 우리에게 앞으로 더욱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광범위한 내용을 담은 동법은 많은 수입규제 관련 법규를 손질하여 미국 업계에 유리한 구제책을 유도하고 있으나, 우리 경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항으로서 301조와 환율 및 경제정책 협의 관련 조항에 관해서만 간략히 언급코자 한다.

(슈퍼 301조)

새로 개정된 301조는 지적소유권과 관련된 시장접근 문제에 관해 별도로 규정(§1303)하여 이 분야에 대한 강한 정책의지를 보이고 있고, 일반적인 시장접근 장벽에 관한 연례보고서(National Trade Estimate)를 통하여 우선관심관행과 국가를 파악토록 규정(§1302 ; 소위 슈퍼 301조)하고 있다.

수퍼 301조에 관하여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알다시피 이 조항은 당초 게파트 하원의원의 대미 출초국에 대해 수입과징금을 부과하자는 법안을 미국 상·하원간에 협상하는 과정에서 타협안으로 생겨났다. 게파트 법안보다 보호주의적 색채가 많이 완화되긴 했으나, 교역 상대국의 무역관행에 대한 일방적 규정과 미국의 협상력 우위를 이용한 쌍무적 해결방식 추구로 앞으로 행정부의 시행 여하에 따라 교역 상대국과의 마찰이 심해질 소지를 안고 있다. 이 조항은 USTR로 하여금 1989, 1990년 중 각기 4월 30일까지 의회에 대미 불공정 무역국의 관행이 미국통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NTE)를 제출한 후 30일 이내에 우선관심관행과 우선관심국가를 선정하고 이로부터 21일 이내에 조사를 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협상은 조사개시 후 3년 이내에 우선관심관행을 제거하거나 보상을 받아내야 하고, 3년에 걸친 불공정관행 제거는 미국의 수출이 이 기간 중 매년 점차 증가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어야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퍼 301조는 우선관심관행 및 국가 선정을 위한 다섯 가지의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우선관심국 선정시 당해국의 불공정관행 숫자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4개 기준 3) 은 객관화에 어려움이 있어 USTR 자체의 재량권 외에 의회, 업계 등으로부터 정치적 영향이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또한 무역흑자규모, 환율운용 등의 경제적 요소도 감안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우선 관심국가의 선정대상으로 일본, 아시아 NICs, EC, 남미국들을 생각할 수 있는데, 대미 무역흑자규모, 경제발전 정도, 불공정관행 정도와 쌍무간의 전반적인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한국과 대만이 가장 유력한 대상국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USTR의 우선관심국가 선정은 의회의 입법취지나 과거 주요 통상조치사례 등을 감안할 때, 2개국 정도의 심벌릭한 선정을 피하고 특정 지역의 국가를 차별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배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진다.

(환율 및 경제정책 조정 조항)

다음은 환율 및 국제경제정책 조정에 관한 조항으로서 대통령은 주요국들과 환율정책을 포함한 거시정책 수단의 수립과 집행에 관하여 다자간에 협의 또는 협상할 것과, 재무장관으로 하여금 (1)국제수지가 흑자이고 (2)대미무역흑자 국가로서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IMF와 협의하여 또는 당사국과 협의조정을 위한 쌍무협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협상실패 시 의무적인 보복조치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협상의 결과를 의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규정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해 원화절상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고 국내거시경제정책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법적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최근 IMF, OECD 등의 중진국에 대해 국제경제정책 협의체에의 참여를 촉구하는 움직임으로 보아 미국이 이들 국제기구와 연대하여 우리의 경제정책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4. 한·미통상관계의 전망

가. 양국의 국내외 여건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살펴보면 공산품의 경우 일부 첨단기술 제품을 제외하면 대체로 경쟁력이 취약하다. 첨단기술제품의 경우도 기술개발 부진과 개발기술의 산업화 지연, 생산거점의 해외 이전, 여타국의 첨단기술 산업 발전 등으로 교역수지가 최근 적자로 반전되었다. 서비스의 경우는 관광·수송분야는 전통적으로 적자이고 현재로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투자수익 분야도 중남미제국의 외채 등으로 흑자폭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이 채무국으로 전락함에 따라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서비스 부문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나 해외시장이 전반적으로 폐쇄적이다. 농산물의 경우는 잠재적인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보조금 지급, 수입규제등의 보호정책과 소비국의 성공적인 녹색혁명으로 흑자폭이 급격히 감소되어 1981년의 226억달러에서 1986년에는 50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미국 업계의 경쟁력 저하는 일반적이며 경쟁력이 있는 분야는 해외시장이 폐쇄적인 상황이다. 이런 여건 속에 미국의 통상정책은 대내적으로는 관리무역, 대외적으로는 상대국의 시장개방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광범한 공산품분야에서 중급품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고도기술상품 분야로 경쟁력의 중심을 빠른 속도로 이동시키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나 농산품의 경우는 전반적으로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의 국제수지와 무역수지의 흑자기조는 이제 정착단계에 있어 흑자관리를 위한 정책선택의 압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수출주도에 의한 성장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미국은 우리의 제1의 시장이다.

국제 무역환경을 보면, 현재 진행중인 GATT / UR에서 선진국들은 그들의 국익에 중요한 서비스, 지적소유권, 무역관련 투자, 농업 등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고 개도국들은 이 분야에는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쌍무적, 복수주의적 지역주의가 확산되고 있고, 선진국들은 중진국에 대해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요구하며 국제경제정책 조정협의체에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나. 전 망

첫째, 미국의 대외무역 불균형은 구조적인 것으로 상당기간 큰 폭으로 지속될 것이며, 미국은 경쟁력을 가진 분야(특히 서비스, 농업)에서 쌍무협상을 통한 외국의 시장개방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둘째, 한국은 광범한 산업분야에서 시장개방을 확대해 나갈 것이나 서비스·농산물 등 일부 민감한 분야에서는 우리의 단계적 개방 입장과 미국의 요구간에 개방속도를 둘러싼 마찰이 예상된다.

셋째, 한국상품의 대미의존이 높은 수준으로 계속될 것이고, 특히 자동차를 비롯한 고도기술상품의 진출 확대로 미국시장 내에서의 마찰이 높아질 것이다.

넷째, 한국의 국제경제정책 조정협의체에의 참여(IMF 8조, OECD 가입 등)로 우리의 통상 당국은 한·미무역의 균형화를 위한 압력을 더욱 거세게 받을 것이다.

다섯째, 우리의 시장다변화 노력으로 대미 수출시장 의존율이 점차 낮아질 것이다(G5 Plaza 합의 이후 환율변동에 힘입은 일본의 아시아권 수입증가, 아시아 경제권내의 국제분업 및 교역이 증진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의 대아시아국 수출이 신장률 면에서 대미수출을 훨씬 앞서고 있음).

결론적으로 이상의 여건을 종합해 볼 때, 양국간의 전반적인 무역불균형은 점차 개선되어 나갈 것이나 분야별·품목별 분규는 지속될 전망이다(특히 단기적으로는 내년 초 미국에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업계는 신정부의 정책을 시험하기 위해 많은 제소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수퍼 301조의 시행을 둘러싸고 양국관계의 긴장이 우려된다)

맺음말

이렇게 앞으로도 통상마찰의 파고가 높을 전망하에서 우리가 고려하고 취해야 할 일은 많겠으나 오늘 이 자리에서는 경영을 담당하신 여러분의 역할과 관련해 간략히 말하고자 한다.

이제 국내시장 개방은 대세적 흐름이다. 국내시장도 보장된 것이 아니며 우리의 본거지에서 세계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늘 국제적으로 생각해야 하겠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지 않고 빠른 성장과 국제화를 지속한다면, 우리는 이 변화속도에 맞게 먼 앞을 보아야 한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의 운전자가 먼 앞을 보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이제 우리 기업인들은 공간적으로 넓게, 시간적으로 먼 앞을 보고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전략적 사고를 하루빨리 체질화하여야 하겠습니다. 시장개방은 또 관련산업의 피해와 국내산업간 이해갈 등을 유발할 수 있읍니다. 그러나 개방조치가 종합적 국익차원에서 결정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적 합의가 소중하므로 경영을 하시는 분들도 이런 맥락에서 국민적 합의형성에 협력해 할 것이다.

우리는 부의 창출에 있어 가장 큰 원천은 기술개발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첨단산업에도 뛰어들어 발전의 지름길을 택하였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에게 첨단기술산업은 그들의 산업발전 단계상 더 물러설 곳 없는 변경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의 대한 통상정책 강화는 우리의 성장 진로 선택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하겠다. 기술은 곧 지적소유권과 연결된다. 선진국들의 지적소유권 보호에 관한 인식은 이제 경쟁을 의식한 '기술우위와 경제적 지위유지의 초석'이라는 관념으로 자리잡혀 가고 있다. 인류의 경제활동이 점차 두뇌경쟁화함에 따라 정신활동의 물질적 보상이 보편화되는 하나의 사조로 이해하는 문명사적 역사의식까지도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지적소유권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대비를 서둘러야 하겠다.

정부간 무역협상도 결국 우리 민간업계를 위하여 이루어진다 하겠다. 협상의 결과는 결국 무역행위의 주역이요, 실천자인 기업에 의해 감당 또는 향유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 업계도 교역 상대국 경쟁산업의 부침을 좌우할 만큼 성장하였으므로 한·미간의 원만한 무역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통상외교의 일익을 담당해야 하겠다.

끝으로 국제 무역환경과 질서는 변화하기 마련인데, 여하히 우리의 산업경쟁력을 지속, 향상시켜 나아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겠다. 성장의 과실은 튼튼한 뿌리 없이 기대할 수 없다. 근원적 대처는 곧 인간경영, 인간개발의 문제로 귀결됨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따라서 원만한 노사관계, 인재양성 그리고 연구야말로 어떠한 방편이나 기법에 우선하는 불변의 근본적 접근임을 재인식하게 된다.

 


1) 22대 Cleveland 대통령(1885∼1889년)은 고율 관세가 생계비의 부담스런 증가와 트러스트의 급속한 발전의 큰 원인으로 생각, 1887년 연두교서(年頭敎書)에서 외국경쟁으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한다는 원칙이 너무 극단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의회를 비난하였음. 이 관세문제는 다음 대통령 선거의 쟁점이 되었으나 보호주의를 옹호한 공화당 후보 벤자민 해리슨이 승리하였다. 해리슨 행정부는 선거공약 이행을 위해 1980년에 기성산업과 유치산업 보호 그리고 고관세율에 의한 관세수입으로 새로운 산업을 촉진시킨다는 목적으로 머킨리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2) 생각해 보면 상호주의란 고대인들의 물물교환 형태의 무역에서도 이미 내재되어 있었다고 하겠다. 그러한 무역형태에는 상호이익의 균형이라는 사고가 존재했을 것이다. 근대국가에 와서는 무역이 국가의 부와 국력신장에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됨에 따라 무역에 있어서 국가단위의 상호이익균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근대적 의미의 상호주의는 때로는 보호무역주의로, 때로는 자유무역주의로 경사된 미국의 통상정책의 근저에 공히 존재해 왔던 것이다.

3) 5개 기준은 아래와 같다.
〈우선관심관행 선정기준〉
  1. 미국 관련업계의 대외경쟁력
  2. 특정 우선관심행위 제거시 대외수출이 소규모라도 그 수출증가 자체의      중요성
  3. 불공정관행이 미국내 업체중 교역상대국에 정부물자를 공급하는 업      체들에게 중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
〈우선관심국가 선정〉
  4. 특정 불공정거래국의 대미 불공정관행이 상기 우선관심행위 리스트에      몇 개나 포함되어 있는지.
  5. 불공정관행을 제거함으로써 미국의 수출에 미치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