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시대의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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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
(주최: 한국 공업표준협회 1988. 7. 26)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는 것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요즈음의 세상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변화가 빠르고, 복잡하고 또 우발적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기업가가 미래의 사태를 예측하고 경영의 진로를 잡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필자 같은 경우는 기업가가 되지 않고 평생을 월급쟁이로 살아온 것이 다행이었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기업경영의 경험도 없는 사람이 기업이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거창한 문제를 들고 나온다는 것은 경솔한 일이지만 문외한의 입장에서 최근에 듣고 읽은 바를 정리해서 독자에게 보고 하려고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

슘 페터(J. Schumpeter)에 의하면 경제변동의 주요인은 기업가의 혁신적 역할에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기업가의 혁신적 역할은 기업경영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슘페터가 열거한 다섯 가지 혁신, 즉 (1)신상품의 개발, (2)신시장의 개척, (3)신자원의 발견과 개발, (4)신기술의 발명과 산업화, (5)신제도의 창출 등은 예외 없이 기업가가 리스크를 짊어지고 해내는 일이지 처음부터 성공이 확실하게 보장된 신규사업들은 아니다. 사실상 기업에 불확실성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미 그것은 기업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은 기업의 속성이고 그것은 경영에 대한 도전이자 또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시도하는 미래예측에는 대체로 두 가지 패턴이 있다. 첫째는 경제·사회 및 기술에 관한 장기적 변화에 관한 예측으로 우리는 누가 보더라도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할 수 있는 비교적 보편적인 미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가치관의 변화에 관하여,
-한국은 민주화된다.
-종전의 주종적 노사관계의 개념은 통용될 수 없게 되고, 평등주의적 가치관이 노사관계를 지배하게 된다.
-집권적 top to down의 경영방식이 후퇴하고, 분권적 down to top의 민주적 경영방식이 불가피하게 된다.
는 등의 미래예측은 오늘에 있어서 거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 W. 솜바트가 '역사적 객관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거니와 역사적 변화에 따라 가치관은 달라지지만 한 시대에는 그에 상응하는 보편적 가치관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러한 미래예측을 가능케 해 주는 것 같다.

한편 경제적 변화에 관한 예측의 예로서는
     - 마이카 시대가 올 것이다.
     - 주택수가 늘어날 것이다.
     - 일인당 소득이 증가할 것이다.
     - 농촌의 인구가 줄 것이다.
    등등 거의 확실시되는 미래예측도 적지 않다.

다음에 기술적 변화에 관하여도 예측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일례로 앞으로 유망한 첨단기술 10대 산업을 손꼽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산업을 손꼽을 것이다.

  1. 광섬유 통신
  2. 레이저 광선공학
  3. 태양 에너지
  4. 사무자동화
  5. 고급 텔레비젼
  6. 유선 텔레비젼
  7. 정보산업
  8. 유전공학
  9. 우주항공사업
  10. 첨단소재산업 (New Ceramics Carbon Fibers, Advanced
    Composite Materials 등등)

이상과 같은 장기적 추세에 관한 예측에는 상당 정도의 보편성을 볼 수 있는데 그러나 장기적 예측이라 할지라도 그 내용이 구구하고 또 빗나간 예측의 예도 얼마든지 들 수가 있다. 예컨대 1973년의 제1차 석유파동 시에 로마 클럽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단의 경제학자들이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라는 책을 펴내어 한때 세인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 책에서 비관적으로 예측한 자원의 한계는 크게 빗나갔다는 것이 오늘의 일반적 평가이다. 어디 이뿐이랴, 세계 도처에서 발표되는 수많은 경제전망이나 경제계획이 후일 예측대로 맞아떨어진 예는 극히 드물다. 결국 장기적 변화에 관한 예측도 확실보다 불확실한 점이 많다는 것이 실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가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장기적 변화에는 비교적 예측이 확실시되는 분야가 있다는 것뿐이다. 기술변화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는 한정된 전문적 시야보다는 폭넓은 전망적 시야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가령 "앞으로 전자기술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냐"하는 것을 전자 엔지니어에게 물어보았자 올바른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담당하고 있는 특수분야 - 예를 들면 회로분야 - 에 관해서는 그 개발동향을 잘 알고 있겠지만, 전문 외의 분야에 관하여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를테면 숲속에서 하나하나의 나무는 잘 보고 있지만 숲 전체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점에 관련하여 일본 동경공업대학의 모리마사 히로시 교수의 흥미있는 조사보고가 있다. 동 교수는 기술자의 유형을 다음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1. 전문분야가 둘 이상 있고, 또 과학적 지식을 가진 자.
  2. 전문분야가 하나이고 광범한 지식의 소유자.
  3. 전문분야만을 깊이 알고 있는 자.
  4. 전문분야는 없으나 넓고 얕은 지식의 소유자.

이 중 누가 기술개발적 성과를 올리고 있는가를 조사했던 바 1,2,4의 순위임이 드러났다고 한다. 즉 전문분야만을 깊이 알고 있는 기술자가 백과사전형의 기술자보다 오히려 기술개발 성과면에서 뒤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에 미래예측의 둘째 패턴은 보는 사람에 따라 이론이 백출하는 미래관인데 이것은 단기적 우발적인 변화일 경우에 더욱 심하다. 예컨대

  • 증권시세는 계속 오를 것이다.
  • 아무개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다.
  • 1990년에 세계적 대공항이 올 것이다(R. 바트라 교수가 쓴 'The Great Depression in 1990'은 최근 미국에서 베스트 셀러로 팔리고 있다)
  • 금년 중에 암치료제가 발명될 것이다 등등.

이렇게 불확실한 미래변화에 직면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하는 경영자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을 역이용 하여 돈을 버는 기업가들 또한 허다하다. 증권시장에서 장세가 파는 쪽이 우세할 때 주식을 사고, 사는 쪽이 우세할 때 주식을 팔아 큰 돈을 버는 투기의 귀재들이 그들이다. 사실상 변화예측의 불확실성이 없으면 기업경영에 묘미가 없어진다고 보는 경영자들도 많을 것이다.

정보의 관리

그러면 위와 같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기업전략으로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인가? 이하에서 다섯 가지 전략을 생각해 보겠는데, 우선 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게을리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보에 관련하여 매우 곤란한 문제는 홍수 같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어떻게 취사 선택하느냐 하는 것이다. 일상 업무에 바쁘다 보면 자기 전문분야의 서적은 고사하고 수많은 신문이나 잡지를 훑어볼 시간조차 없는 것이 우리 경영자들의 실정이 아니겠는가? 정보를 정리하는 '정리학'이라는 학문도 생겨났고, 컴퓨터와 텔레비젼을 이용하여 데이터 베이스, SDC, BRS 등 정보를 분류 정리하여 공급해 주는 새로운 업종들이 연달아 등장하는 등 세상은 바야흐로 정보화 사회로 옮아가고 있는데, 기업들은 이러한 정보수단을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다. 사실상 우리가 직면한 불확실성의 요소들을 기업화한 것이 오늘의 정보산업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정보를 장악하므로써 정치를 지배하는 사례를 보았거니와 앞으로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다.

확실한 미래에 능동적 적응

그러나 정보자체가 불확실한 경우가 많고 보면 정보수단만으로 우리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선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기에 앞서 확실한 미래 시나리오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서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가지 예로 노사 문제 내지 인사 문제를 놓고 생각해 보자. 현재의 시점에서 주종적 권위주의의 인사정책이나 노사관계가 앞으로 점점 통용력을 잃어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부정하는 경영자는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인은 의식적, 능동적으로 발상전환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성을 버리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물론 여기서는 슬기와 창의가 필요하고 천편일률적인 처방이 적용될 수도 없을 것이다. 이 점은 작년과 금년의 격심한 노사분규에 있어서 각사의 대응하는 자세와 방법에 상당한 다양성이 있었다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참고로 본인이 근무하는 한국무역협회에서 지난 3월에 22개 사례를 수집하여 '노사협조 모범사례집'을 발간한 일이 있다. 이 성공 사례의 접근방법은 각양각색인데, 구태여 공통점을 추출한다면,

  1. '종업원은 사업의 동반자' 또는 '회사의 주인은 사원, 회사는 제2의 가정' 등의 구호에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노사 공생공영의 일체감을 형성하는 데 성공한 점
  2. 근로자에게 경영실태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여 그들의 이해와 협력을 얻고 있다는 점
  3. 경영자가 종업원의 후생복지 증진에 세심한 관심과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신뢰를 얻고 있다는
  4. 저축장려 등 종업원의 자조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은 일견 자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종래의 주종관계의 노사관 밑에서는 실천이 쉽지 않은 일들이다. 필자는 최근 미국 신시네티 시에 있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Malcrone 회사의 기계공장을 견학하고 그 회사의 독특한 노사관계에 감명을 받은 바 있다. 먼저 동사의 정문을 들어서면 생산직을 포함한 전 임직원의 근무년수를 연차순으로 기입한 액자가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는 55년 근속한 생산직 출신 임원 1명이 있었는데, 그는 자기가 최장기록을 세웠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복지제도에 관해 물었더니, 하나의 독특한 제도로서 종업원이 급여 중에 일부를 저축하면, 회사에서 그만큼을 보태서 저축해 주는 제도가 있다 하였다. 노동조합이 있느냐고 물어본즉 이회사는 창업 이래 노동조합이 있어 본 적이 없고 근로자들도 노조를 결성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하였다. 오찬을 위하여 식당으로 안내되었는데, 같은 층에 있는 창업 당시 기계들을 전시한 미니 박물관이 우리 일행의 눈길을 끌었다. 전통을 숭상하는 이 회사의 노사관계가 일본이나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가족적 노사관계의 유형과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잘 한다는 일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구나 하고 느꼈다.

니즈의 발견

사회.경제적 변화이건 기술적 변화이건 거기에는 반드시 사람들의 니즈(needs) 변화가 수반한다는 것이 경영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가령 기술이 어떻게 변화하는가? 그 기술변화에 따라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그리고 거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어떠한 새로운 니즈를 가지게 될 것인가? 이 새로운 니즈를 발견하고 확인하는 일이 경영전략의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니즈를 정확히 알면 그를 상품화하고 기업화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기술변화에 따라 새로운 니즈가 급속히 파급하는 실례를 우리는 정보산업 분야에서 얼마든 볼 수가 있다. 인류의 정보활동은 지난 수천 년 동안에 제1단계로 언어의 형성, 제2단계로 문자의 창조, 제3단계로 인쇄기의 발명, 제4단계로 전기통신의 개발 그리고 현재는 전기통신과 컴퓨터를 융합한 제5의 정보혁명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신상품의 개발과 시장확대의 파급은 거의 끝이 없을 것 같다. 이러한 파급은 결국 기술개발이 새로운 니즈를 창출하고, 다음에는 새로운 니즈가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유발하는 상호작용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니즈에 착안하여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여 성공한 예는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가 있다. 일례로 필자는 최근 일본에 가서 '골프택급편'이라는 서비스업을 보고 그 편리함에 감탄한 일이 있다. 골프택급편이란 무거운 골프채를 갖다 맡기면 일본내의 어느 골프장이라도 불과 하루 이틀 안에 그리고 불과 몇천 엔의 값싼 요금으로 확실하게 배달해 주는 신생 서비스업인데 이 기업(야마도 운수)은 연간 150만 개의 골프채를 나르고 있다고 한다. 이 기업이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값싸고 신속 정확하다는 데 기인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화물에 선부호와 코드 넘버를 부착하고, 그것을 컴퓨터 단말기에 입력하여 그 화물에 관한 정보를 호스트 컴퓨터로 보냄으로써, 어느 때라도 일본 전국 어디에 누구의 어떠한 골프채가 어디로 언제까지 배달 되야 한다는 등의 정보를 확실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니까 골프의 니드가 생겨나고, 골프 인구와 골프장이 많고 멀어지니까 탁송의 니드가 창출되고, 검퓨터의 발달에 자극되어 전문적 탁송업이 발생하는 일련의 과정은 변화에서 발생하는 니즈를 경영자들이 그때그때 포착하여 기업화해 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기술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변화 또한 새로운 니즈를 유발한다. 또다시 일본의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고령화 사회가 온다는 장기전망이 보편적인데, 그러면 고령화 사회에서는 어떠한 니즈가 발생할 것인가? 이것이 많은 기업가들의 연구과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여러가지 기발한 발상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는 건강유지를 위한 생명과학(Life Science)의 기술개발을 비롯하여 노인용 작업용구, 포켓 모델보다 큰 노인용 전자계산기, 나아가 신종보험의 개발까지도 구상하고 있다. 생산자·소비자들의 새로운 니즈를 발견하라! 아마 이보다 더 간절한 전략명제도 드물 것이다.

창조력은 어디서 오는가

새로운 니즈를 발견하고 그것을 기업화한다는 것은 한 기업의 창조력에 의존한다. 거기에는 발견과 발명 그리고 부단한 개량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혁신의 기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오게 할 수 있는 것일까? 먼저 놀라운 사실은 개량 또는 발견이나 발명은 반드시 천재나 학자 또는 전문가의 탁상에서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엉뚱한 데에서 엉뚱한 사람들에 의하여 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 '엉뚱성'에 관하여, '수월의 전략(Stragies for Excellence)'이라는 베스트 셀러를 공저한 톰 피터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 이름에 값할 만한 어떠한 기술적 이노베이션이든 그것은 엉뚱한 산업의 엉뚱한 회사의 엉뚱한 부서의 엉뚱한 그룹의 엉뚱한 사람들로부터 엉뚱한 때에 엉뚱한 이유로 엉뚱한 고객관계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Harsh cold reality is that virtually any innovation worth the name comes from wrong person in the wrong group in the wrong division in the wrong company in the wrong industry for the wrong reason at the wrong time with the wrong set of customers."

이러한 견해는 존 주크스의 실증연구와도 일치한다고 그는 주장하는데, 존 주크스에 의하면 20세기 중에 이루어진 58건의 발명 - 페니실린에서 Big Pen이라는 볼펜에 이르기까지 - 을 조사해 보면 그 중 43건이 엉뚱한 때에 엉뚱한 곳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코다크롬은 2인의 음악가에 의하여 발명되었고, 포항제철에 도입된 연속주조법(Continuous Casting)은 시계공이 발명한 것이고, 오늘의 세제는 염색기술자가 발명해 낸 것이다. 한편 MIT의 어터백 교수에 의하면, 어떤 발명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초기에는 그 상업적 중요성을 예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 때문에 기업인은 발명된 신기술을 상업화하는 투자에 과감하지 못한 것이 통례라고 한다. 동 교수가 34건의 기술개발투자 사례를 조사했던 바, 신기술 투자를 감축하고 기존기술로 돌아가는 투자를 증가시킨 사례가 32건이나 된다고 한다. 어쨌든 이러한 사정은 혁신과 관련하여 기업들의 선견지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창조적 분위기

그러면 창조적 혁신을 도모하기 위하여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첫째는 창조적 혁신이 반드시 천재나 전문가에 의하여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기업 구성원들이 누구라도 창조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창조지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사실상 간단한 개량이나 이노베이션이 가져다 주는 기업상의 이득은 막대하지만, 그 간단한 개량은 학자나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가령 연필에 지우개를 달기 시작한 기업은 그 조그마한 개량으로 적지 않은 재미를 보았겠지만 그러한 개량적 발상은 그야말로 엉뚱한 보통 사람이 했을 것이다.

회사내의 소위 QC활동, 분임토의 또는 제안포상제도 등은 이러한 견지에서 바람직한 방법이라 하겠다. 어쨌든 사원들의 발상을 자극하고 유도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할 것이다. 적극적 장려와 함께 회사 조직 내에 변화와 혁신에 대한 저항요소를 과감히 제거하는 일도 중요하다. 회사 내에서 어떠한 새로운 착상이나 제안이 나온다 하더라도 상층부가 무사안일로 기존질서에 안주하려 하고 그러한 제안을 오히려 귀찮아한다면 그 회사는 침체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AT&T사는 첨단기술과 치밀한 고객 서비스를 자랑하는 세계 일류의 통신회사이지만, 그 회사가 독점체제 하에 있을 때에는 진정한 의미의 마케팅의 기능은 부재나 다름 없었다. 그러다가 미국정부가 통신사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자유경쟁을 도입하자, AT&T는 재빨리 IBM에서 A. J. 맥걸이라는 마케팅의 귀재를 스카우트해 왔는데 그는 AT&T 중역들의 저항에 부딪쳐 무척 고전했다고 한다.

챔피언을 길러야

둘째로 실험의 반복과 챔피언을 기르는 것이 창조력 향상의 불가결 요소가 된다. 새로운 제안의 채택에 위험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혁신적 발상이란 무수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가운데에서 우연한 기회에 뇌리에 번득이는 것이라면, 실패를 무서워하지 말고 칠전팔기의 실험을 계속시켜야 한다는 것이 경영학자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톰 피터에 의하면 개량이나 혁신은 그 연구에 몰두하여 미쳐 버리는 괴팍하고 정열적인 일단의 '챔피언'이 없이는 이룩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따라서 경영의 수월을 이룩하는 열쇠는 경영자가 이러한 챔피언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잠재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하는 데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일본 잡지에서 본 소니의 '불량사원' 집단인 '독립우련대'가 기술개발에 성공했다는 체험담이 생각난다. 여기에 간략히 소개하기로 한다.

이야기인 즉, 소니가 작년 1월 부터 출하를 시작한 32Bit의 EWS (Engeneering Work Station)이라는 컴퓨터가 시장을 석권하여 소니를 기사회생시킨 이면에는 기묘한 인사정책이 있었다고 한다. 그 요점은 회사 내에서 '우등생'으로 자라난 우수사원을 상품개발에 동원한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 소외되어 침전하고 있는 '불량사원'을 선발하여 정열적인 집단으로 탈바꿈시킨 사업본부장의 예지와 수완이 성공의 열쇠가 되었다는 것이다. 본부장은 불량사원의 선발을 인사부에 맡기지 않고 누구든지 참가하고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사내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에 참가한 사람 중에서 불평분자로 알려진 불량사원 10여 명을 선발하여 개발담당 팀을 편성하고, 개발업무에 있어서는 '상부로부터의 지시는 최소한으로 하고 오히려 그들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였다'한다. 이 개발팀이 발족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NEWS의 개발이 종료되었는데, 본부장은 'top down'의 방식으로 했더라면 수속절차 등으로 2년은 걸렸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불량사원의 어디를 보고 그들을 중용하였느냐 하면, 본부장은 '불량사원'이라고 지목되는 사람들 중에 의외로 이능, 이재가 있다는 것에 착목했다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인습적인 인사제도하에서는 이능, 이재가 부상하기 어렵고, 그러다 보면 불평분자나 무능력자로 소외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소니는 이 점에 착안하여 사내공모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XX요원모집 - 정열있고 창의력이 있는 사람으로 연령, 학력, 지위 불문 -' 1주 1회 발행되는 소니의 사보에는 곧잘 이러한 광고가 게재된다고 한다. 사내공모에 의하여 연간 100명이 이동한다는데, 응모한 사원이 현재 포스트에서 중심인물일 경우 뺏기는 부서와 뺏는 부서 사이의 감정적 마찰이 있기 마련이지만 소니는 그런 난점을 필요악으로 치부하고, 공모결정에 대하여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제도화 해놓고 있다고 한다. '인원을 뺏긴다는 것을 다른 견지에서 보면, 거기에서 일하는 사원에게는 매력이 없는 직업환경이고, 그렇게 만든 관리자의 책임도 적지 않다. 조직의 긴장감 활력을 높인다는 견지에서도 큰 뜻이 있다.' 소니의 인사담당 상무는 사내공모의 시각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내공모의 효과를 보면 사내공모로서 이동한 사원들이 새로운 부문으로 옮겨가서 획기적인 신제품이나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된 케이스가 적지 않다고 한다. 소니에는 사시나 사훈 같은 것도 없다고 한다. 다만 약 10년전에 인사과 개편 시에 만든 7개조항의 '인사개발강령'이 있는데 그 조문의 일례를 보면 '사원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풍토가 소니 내에 조성되어야 한다.' '관리환경미비 때문에 매몰되어 있는 인재가 없는지 부단히 반성하여야 한다.'고 쓰여져 있다고 한다.

위에서 소개한 소니의 인사정책 스타일에서 얻는 느낌은 첫째로 '불량사원'들에게 기회와 환경과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그들을 창조적인 '집단'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흔히 우리 주변 '문제사원'을 한번 다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며, 둘째로 인재활동에 있어서는 소니 사업본부장의 경우와 같은 통찰력과 추진력을 갖춘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하며, 셋째로 도전정신이 왕성한 숨은 인재를 발굴하여 활동의 장을 부여하는 것이 조직 전체의 활성화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챔피언을 발굴하고 활용하는 데에는 인습적인 인사제도나 복무규정의 틀에서 벗어나서 그들이 완전히 실험과 연구에 미치도록 유도하고 내버려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 비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기업가들은 목전의 이윤을 중시하고 이노베이션을 위한 선투자에는 너무나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험이 가르치는 바에 의하면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를 소홀히 하면 기업은 침체되게 마련이고 기업의 침체가 일반화할 때 국가경제도 국제적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 일례로 세계에 군림하던 미국경제가 요즈음 일본, 서독 등에 뒤떨어지고 있는 이면에는 미국의 혁신투자에 대한 부진이 있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설명해 주는 몇가지 통계를 인용한다면 1968∼1978년 간의 일본의 특허건수는 372%가 늘어났는데 미국은 10%가 감소하였다. 1960년대 중반에서 1980년에 이르는 15년간 일본과 서독의 과학인력은 2배로 늘어났는데, 미국의 경우에는 5∼10%가 감소하였다. 1980년 일본은 약 8만 7,000명의 공학도를 배출시켰는데 그 중 46%는 전기 공학도였다. 이에 반해 미국은 일본보다 인구가 두 배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6만 3,000명의 공학도를 배출했을 뿐이다. 한편 1970년대의 미국 변호사의 총수입은 83%가 늘어났고 그것은 미국 GNP의 1%에 해당한다. 이것은 날로 까다롭고 복잡해지는 법적 규제 때문에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기업이 장기적 비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로서 미국은 반도체 생산설비의 자동화에 있어서 일본에 뒤떨어졌고,텔레비전의 생산기술을 열심히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정용 VTR의 생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기술개발에 있어서 미국이 일본과 서독에 뒤떨어지게 된 이유 중에는 미국 경영인들의 행동양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의 많은 기업들은 기업이 점차 성숙하여 성장의 한계에 도달하자 195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경영다각화를 추진하였다. 그리고 당시의 경영학은 이러한 다각경영의 이론과 수법을 제공하였다. 다각화를 위한 새로운 조직형태로서 GM이나 Dupont은 일찍부터 사업본부제를 도입하였는데 이 제도는 1950∼60년대에 타기업에도 널리 전파되었다.

한 기업 또는 그룹 산하에 이질적인 여러가지 사업체를 거느리자면 그것들을 상호비교하여 평가하는 통일적 기준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자 GM이나 Dupont은 투자수익률(ROI)이라는 경영지표를 개발하게 되는데 ROI는 이시대의 가장 중요한 경영의 행동기준으로 널리 채택되었다. 물론 이러한 ROI에 입각한 다각경영은 미국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이노베이션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것이 지나칠 때 때로는 기업의 진로를 오도할 수도 있다. 소수의 사업에 전념할 때에는 최고경영자들은 그 사업의 기술적 측면이나 시장의 성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숫자로 표시되는 단순한 경영지표를 보고 사업의 장래를 좌우하는 판단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각화에 의하여 너무나 많은 사업들을 벌려 놓으면 최고경영자는 개개 사업의 성질과 문제점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되고, 그러한 가운데 숫자적 지표만으로 사업부의 업적을 평가하거나 개개 사업의 투자 안건을 재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이쯤 되면 개개 사업의 성질을 이해하는 경영자보다는 그룹 전체의 입장에서 성장을 기획하고 통괄하는 재무나 법무의 전문가가 최고경영자 또는 참모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투자수익률을 중시하는 경영은 이미 시장 쉐어를 차지하여 독점적 이익을 올리고 있는 사업을 과대평가하는 반면에 앞으로 성장이 유망시되나 리스크가 큰 새로운 사업이나 투자를 외면하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폐단에 착목하여 1960∼70년대는 이른바 PPM (Product Portofolio Management)이라는 새로운 경영이론이 등장하는데 이 이론은 성숙한 사업에서 큰 시장 쉐어를 가지는 사업에서 얻어지는 이익을 동사업에 재투자하지 아니하고 성장가능성이 있는 신규사업에 투자하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PPM에 따른다면 성숙된 사업은 그룹내의 현금자금(Cash-flow)을 좋게 하기 위하여, 즉 당면의 이익을 흡수하기 위하여 존재하고 그 사업 자체의 설비갱신이나 이노베이션을 위한 재투자는 외면당한다.

이러한 경향을 한층 조장한 것은 1960년대를 풍미한 기업매수 선풍의 결말이었다. 그것은 성장이 유망시되어 그 기업의 주가가 오르게 되면, 그 주가를 이용한 자금조달에 의하여 타기업을 매수하고, 그로 인하여 그 기업의 주가가 더욱 오르면, 또다시 타기업을 매수해 가는 일종의 투기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기업집단(Conglamerate)은 주가가 저미하는 성숙산업의 기업들도 매수하였는데, 일단 매수된 기업은 전술한 PPM의 논리에 따라 단기이익을 내어 그룹 전체의 현금자금을 윤택케 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리하여 PPM식 미국의 기업매수의 유행은 성숙산업을 필요 이상으로 빨리 쇠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ROI를 중시하는 나머지 미국기업이 미래지향적 혁신투자를 외면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 데에는 미국회사의 주주구성과도 관계가 있다. 뉴욕 증권시장에 유입하는 막대한 자금은 기관투자가의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1960년대부터 투자신탁 보험회사 외에 연금기금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연금을 받는 근로대중이 직간접으로 미국기업의 주주가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보이지 않는 혁명' 또는 '연금기금 사회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고, 어떤 학자는 미국경제를 '인민자본주의(People's Cpitalism)'라고 까지 지칭한 학자도 있었지만, 거기에는 새로운 문제점이 숨어 있었다.

기금운용자들은 당장에 운용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관심사이고, 기업의 지속적 성장이나 장기적 투자전략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만약 기업이 당기이익을 줄이는 경영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주주들은 주저없이 그 기업의 주식을 팔아 버린다. 그런데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서라도 주가를 높게 유지하고 있어야 되고 그렇지 못하면 우선 경영자의 능력을 의심 받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하에서 장기지향적인 투자는 어렵게 된다. 그러한 투자는 당면 ROI를 낮출 뿐만 아니라 감가상각 부담을 크게 하여 당기이익을 감소시키고 이렇게 되면 기관투자가들은 이 기업의 주식을 매각한다. 만약 그러한 투자가 장래에 가서 이익을 낸다 치면, 그때 가서 그 주식을 사면 되지 않느냐고 투자가들은 생각한다.

결국 경영자들은 이러한 주주성향의 압력하에서 단기 지향적인 경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기업의 장래를 내다보고 서서히 기술개발을 추진해 나가는 백년대계는 우연한 일이 된다. 하물며 불과 수년 임기의 고용인 경영자들로서는 임기중에 이익을 몇% 올리고 외형 매출고를 몇% 신장시켰다는 등 단기적 성과에 의하여 그 능력이 평가되는 마당에서, 장기투자나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힘쓸 이유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타회사를 팔고 사서 영업수익을 올려 배당을 많이 함으로써 이사회나 주총에서 갈채를 받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리라.

기업에 대한 은행의 융자도 단기 지향적인 것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도 기술을 키워 가고 미래를 내다보고 선투자를 하는 경영전략에 대하여는 융자를 꺼리지만 기업의 자산매매에 있어서는 담보능력만 있으면 서로 다투어 융자를 하려 든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매매의 성행에 따라 브로커의 역할을 하는 법률전문가나 경영 컨설턴트들이 황금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전체적으로 일본이나 서독에 뒤떨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기초연구, 제품개발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타국의 추종을 불허하는 면도 있으나 응용연구 또는 생산기술 분야에서는 일본이나 독일에 패권을 넘겨 주게 된 것이다. 기술개발에 관하여 미국과 일본에는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다. 미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의하면, 먼저 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은 다음 품질향상을 위하여 각종의 실험적 제품혁신을 되풀이한 끝에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어 낸다. 그 다음에는 그 완성품을 만드는 코스트를 인하하는 공정혁신으로 눈을 돌려 마침내 표준적인 공정을 정착시킨다. 제품과 공정의 표준화가 끝나면 거기에서 혁신과정은 일단락되고 그 후의 기술개발 노력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이에 반하여 일본 사람들은 표준적인 제품이나 공정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계속해서 개량에 노력하고 제품과 공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연속적으로 개량해 나가는 것이 곧 기술개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세이코는 유럽에서 커트스 팔목시계의 표준화된 기술을 도입한 후 10년을 걸려 기계식을 전자식으로 바꿈으로서 그 기업 자신이 전자 메이커로 변신했던 것이다. 미국기업은 현재기술과 비교하여 ROI가 낮으면 그 싯점에서 신기술의 채택을 보류하지만, 일본기업은 그것이 후일에 가서 유망하다고 보면 현 시점에서 불리하더라도 그것을 도입한다. 일례로 앞에서 언급한 철강공정상의 연속주조 기술의 경우 미국의 철강업자들은 그 도입을 주저했지만 일본의 메이커들은 이를 도입한 후, 5년간 개발에 공을 들여 마침내 압도적으로 유리한 신공정으로 발전시켰다. 미국인과 일본인의 사고방식 차이는 연구자의 역할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연구소에 있는 과학자와 공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는 확연히 구별되어 있고, 시작품 개발에 성공한 과학자가 그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일본기업 내에서는 과학자와 기술자는 거의 구별되지 않고, 개발담당자가 그 성과를 공장의 생산으로 옮기는 데 협력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VTR의 선구자인 AMPEX사가 그 후 개발에서 뒤떨어진 것은 연구소를 공장으로 부터 입지적으로 분리한 데 원인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불과 지난 30여 년 동안에 대기업의 창업주들이 높은 수준의 경륜과 지도력을 발휘하여 오늘의 재벌그룹과 한국경제를 이룩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그룹 내의 경영이 점점 다각화하고 따라서 고용 경영자들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한편 주식분산과 대중화가 시대적 요청이 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의 경영관과 경영방법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냐 하는 문제를 생각함에 있어서 미국과 일본의 경험은 우리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

맺음말

예컨대 기업이 앞을 내다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거기에서 불확실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미래예측에는 확실시되는 분야도 있지만 불확실한 분야가 너무나 많다. 그렇다면 정보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확실시되는 미래에 대한 적응을 능동화하고 변화에 수반하는 새로운 니즈를 적극적으로 발견하여 창의적으로 이를 기업화하는 도리 밖에 없다. 여기에는 기업의 창의력의 개발이 중요한데, 그를 위하여는 창조적 분위기 조성, 끊임없는 실험, 챔피언의 발굴과 지원 그리고 장기적 안목에서 혁신투자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아주 상식적이고 평범한 논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