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갱생공사에 관한 메모


 1998년 6월 10일 


필자는 재벌 산하 또는 비 재벌 부실기업을 조속히 정리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성업공사를 재편하거나 아니면 정부, 중앙은행, 금융단 그리고 가능하다면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 금융기관이 출자하는 가칭 [企業更生公社]를 설립하라고 제안한 일이 있다. 이 회사는 일종의 지주회사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운용 원리는 대략 아래와 같다.

운용원리

  1. 공사는 재무상태가 나쁘지만 되살릴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기업을 매수한다. 금융기관은 어차피 대출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니 기업주는 해당 기업을 내외 투자자에게 팔던가 아니면 공사에게 매도하는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2. 갱생공사 혹은 당사자 금융기관은 부실기업의 자산 부채를 투명화하고, 그를 시가로 평가하여 매매가격을 결정한다. 만약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면 초과액은 매도자에 대한 신규 대출로 처리할 수도 있다.
  3. 갱생공사는 지주회사로서 매입한 부실기업의 경영진을 선임하여 구조개선을 추진 한다.
  4. 채권 금융기관은 인수기업에 대한 채권의 일부를 출자로 전환하던가 대출기한을 연장해 준다.
  5. 부실기업의 새로운 경영진은 보다 안정된 재무상태 하에서 기업경영을 개선하고 (대외합작 포함) 경영이 정상화되면 공사 또는 금융기관은 증권 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하여 채권을 회수한다. 그리고 새로운 자본주와 경영주체가 기업을 인수 운영하게 된다.
  6. 기업갱생공사의 업무가 끝나서 공사를 해체하게 될 경우 동공사의 자산과 채무는 출자 금융 기관에게 귀속된다.  

이 모델의 장점

  1. 이 모델을 적용하면 부실기업의 영업이 중단되지 않으므로 기업 폐쇄로 인한 실업과 관련기업의 파탄을 최소화 할 수 있다.
  2. 또 이 모델을 적용하면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회피하고 기업을 살릴 수 있다. 그 기업은 이미 공적 기관인 갱생공사의 소유로 되었으므로 그 기업의 채권일부를 출자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특혜 시비를 일으킬 이유는 없다.
  3. 지금 정부와 여론은 재벌의 기업 매각의 실적이 거의 없다고 비난하고 있는 반면, 재벌은 국내에서는 기업을 팔려고 해도 팔 곳이 없지 않으냐고 맞서고 있는데 갱생공사는 이러한 쟁점을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벌이 갱생공사에게 팔고 싶은 계열기업들을 팔아 넘기면 재벌 구조조정의 핵심과제의 하나를 매듭 짓게 되고, 공사는 시간을 두고 그 기업을 경영 또는 처분할 수 있을 것이다. 처분 방법에는 자산 매각 외국인 출자, M&A등의 방법이 있겠는데 지금과 같이 정부가 재벌에 대하여 처분을 강박하면 재벌기업의 대외 교섭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고 외국인은 그 약점을 이용하여 최악 (우리에게)의 조건을 제시하려 할 것이다. 재벌의 부실기업을 일단 갱생공사로 넘기면 공사는 시간을 두고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원매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4. 기업갱생공사에 외국기관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그래야 부실기업 처리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외부 압력과 부조리를 차단하고, 업무상의 후환이 없게 하는 동시에 보다 공정하고 엄격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매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뒷말이 없다.
  5. 지금 정부와 IBRD의 구상에 의하면 다수의 민간회사 ["Corporate Restructuring Vehicles-CRV"]를 설립하여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하여 대주주가 되었을 경우 이 회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그 기업을 매수하여 운영하던가 처분케 한다고 한다. 순전히 민간 베이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착상은 좋으나 그러나 민간회사가 출현하여 제 기능을 발휘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고 그러는 동안 재벌 구조조정을 둘러싼 시비가 끊기지 않고, 금융기관은 미해결의 문제를 안고 정상업무로 돌아 가기 힘들 것이다. 차라리 일차적으로 기업갱생공사에게 부실기업을 넘겨 놓고 그 회사로부터 전기 민간회사(CRV)가 기업을 매수하는 제2차적 역할을 맡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요는 하루라도 빨리 부실채권과 부실기업 문제에 매듭을 짓고 금융기관이 정상업무로 돌아가서 지금의 신용경색을 푸는 것이 급선무이다.
  6. 재벌 기업 중에는 죽일 필요가 없거나 죽일 수 없는 기업이 있다. 이러한 경우 금융기관은 그 기업에 대한 대출을 출자로 전환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출자전환을 하면 그 기업의 경영권은 금융기관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필자 자신의 경험에 의한다면 은행 관리로 넘어간 기업치고 되 살아난 기업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은행은 기업경영의 경험이 없고 다만 채권 확보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경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례를 들면 제품의 질을 개선하여 경쟁력을 높이자면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은행에서 파견한 관리자는 그것을 감행할 만한 경륜과 용기가 없는 것이 보통이다. 고식적인 경영을 지속하면 기업 상태는 더욱 나빠지게 마련이다. 부실기업을 기업갱생공사에 맡기면 공사는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매력적인 보수를 제시하여 내외로부터 유능한 기업가를 영입하여 그에게 경영을 맡길 수 있다. 그리고 그의 기업재건계획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지주회사의 이사회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이사도 포함되어 있다)는 추가적 융자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1998년 6월 10일)